'스우파'의 언니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윤지혜의 슬로우톡]

윤지혜 칼럼 2021. 10. 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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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홀리뱅’의 우승과 함께,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막을 내렸다. 파이널 무대에는 생방송인 만큼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네 크루인 ‘라치카’와 ‘코카앤버터’, ‘홀리뱅’, ‘훅’ 외에도, 함께 했던 ‘웨이비’와 ‘원트’, ‘프라우드먼’, ‘YGX’까지 찾아와 응원하고 즐기는 모양새를 만들며, 하나의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선사했다.

‘신드롬’이란 단어를 붙여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매 회가 방영될 때마다 커다란 화제를 몰고 온 ‘스우파’의 인기 요인은, 단연 여성 댄서들이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좋아하는 일을 꽤 잘 해오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자부심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칠 것 없는 여성 댄서들의 모습은, 외부의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게 익숙한 오늘의 사람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통쾌한 무엇이었다.

먼저 ‘약자 지목 배틀’에서 이루어진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와 ‘코카앤버터’의 리더 ‘리헤이’의 배틀을 짚어본다. 허니제이와 리헤이는 오랜 시간 하나의 팀으로 동고동락하다 관계가 깨져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는 복잡한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둘을 하나의 무대에 올려놓았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더욱 놀라운 건 배틀이 끝나고 난 후다.

반드시 혹은 당연히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온 힘을 다해 배틀을 벌인 둘이, 정작 결과가 나오고 나서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짧지만 진심어린 회포를 푸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춤으로 되살린 지난날의 기억이 서로에게 상한 마음보다 함께 팀을 이루었던 시절의 그리움을 끌어올렸고,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이러한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하면서 가능해진 관계 회복의 장면이었다고 할까.


그야말로 멋진 언니들은 싸우고 화해하는 법도 멋지다는 것을 느끼게 한 이 에피소드는 ‘스우파’의 초반 상승세에 엄청난 기여를 하게 된다. 여기에 미션들마다 볼 수 있었던 각 크루의 리더와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자신이 속한 팀에 보이는 강력한 신뢰의 장면들은 호기심에 시작했던 대중의 시선을 팬의 것으로 안착시키는 결정적 계기들이 되었다.

이기던 지던, 네가 최고야 혹은 우리가 최고야, 네가 제일 잘했어 혹은 우리가 제일 잘했어, 라고 이야기하며 등을 두들겨주고 순간의 실수나 패배, 실패가 너의 혹은 우리의 진면목을 판단할 수 없음을 끈끈한 신뢰 관계 안에서 재인식시킨다. 이의 대표적 예가 ‘훅’의 리더 ‘아이키’가 ‘계급 미션’에서 워스트 댄서로 지목된 팀원 ‘윤경’에게 보여준 태도이겠다. “저희 윤경이, 제가 본 것 중에 제일 섹시했습니다.”

아이키의 이 한 마디는 커다란 파급력을 일으키며, 훅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다른 댄서들, 그리고 방송으로 지켜보는 수많은 대중의 마음까지 단번에 매혹시킨다. 누군가, 그것도 하고 있는 일에서 믿고 따르는 리더급이 나의 실수 혹은 실패에도 이런 말을 건네준다면, 어떤 위기가 닥친다 해도 설사 넘어진다 해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갈 마음의 저력으로 삼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쩌면 따를 만한 리더보다 꼰대가, 격려보다 타박이 더 익숙한 오늘의 사람들이, 은연 중에 가장 원하고 필요로 했던 것이리라.

‘스우파 신드롬’은 단순히 말과 행동이 기존의 것보다 좀 더 거친, 일명 ‘센 언니’들이어서 일어난 게 아니었다. 전문직 여성으로서 보이는 확고한 자기 인식과 그간의 성취에서 쌓여진 높은 자존감, 같은 세계에서 함께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서로에게 보내는 끈끈한 연대의식, 여기에 좋은 리더십의 표본이 될만한 모습까지, 여성 댄서들이 갖춘 요소들이 하나같이 너무도 시의적절했다.

허니제이가 우승 소감에 말한 바처럼 이들은 이미 신드롬을 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었고 ‘스우파’가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게 이를 끌어냈을 뿐이다. 그래서 ‘스우파’의 우승을 어떤 크루가 했고 어떤 크루가 탈락했는지, 그러니까 결과가 어떠한지는 하등 상관이 없다. ‘스우파’의 언니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공식 SNS]

스우파 | 스트릿우먼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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