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만한 랭킹] 해외여행의 맛이 그리워 내가 직접 해먹는 요리 BEST 7
글 손수원 기자 2021. 10. 27. 09:55
요즘 부쩍 ‘세계테마기행’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하지만 눈만 호강하지 현지의 맛까지 기억나게 할 수는 없다. 아쉬운 대로 얼추 비슷하게 만들어 보지만 손재주 없는 내 손에선 늘 실패작만 나온다. 하지만 이제는 음식 못 하는 내 재주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 현지의 맛을 재현한 ‘밀키트meal kit’가 많이 나와 있는 덕분이다.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조리설명서를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 나도 현지 요리사가 된다.
이번 호에서는 해외 여행지의 맛이 그리울 때 집에서 몇 가지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거나 밀키트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한다.
1 인도 짜이
인도에서 ‘짜이Chai’는 물이나 다름없다. 홍차에 우유를 타서 만드는 짜이는 인도인이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마시기 시작해 자기 전까지 수시로 마시는 차이다. 식당이나 길거리 어디에서나 짜이 장사를 만날 수 있으며, 심지어 버스나 기차에서도 판다. 현지 가격은 10~20루피,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 정도다.
짜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만들기 쉬운 레시피다. 홍차티백과 설탕, 우유만 있으면 된다. 우선 우유와 물을 2:1 비율로 섞어 끓인다. 이때 냄비에 끓여야 더 제 맛이 난다. 기분 탓이지만 낡고 오래된 냄비일수록 더 맛이 좋아지는 것 같다. 우유가 끓으면 설탕을 듬뿍 넣고 홍차티백을 적당히 넣는다. 우유가 끓어 넘치기 전에 우유를 조금 더 넣어 중불에 5분 정도 더 끓인다.
짜이는 3가지 맛이 있다. 홍차 맛만 나는 것, 생강 맛이 나는 것, 그리고 인도 현지의 맛이라고 하는 ‘마살라Masala’ 짜이이다. ‘마살라’는 인도 요리에 사용하는 혼합 향신료를 일컫는다. 오리지널 마살라 짜이의 맛을 내고 싶다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다질리언 홍차-마살라 짜이’ 가루를 넣으면 된다. 생강 맛 짜이를 만들려면 생강즙을 첨가하거나 향신료인 넛맥Nutmeg 가루를 넣으면 현지 맛에 좀더 가까워진다.
2 태국 똠양꿍
흔히 태국식 새우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의 샥스핀, 프랑스의 부야베스bouillabaisse와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불린다. 고추와 레몬그라스, 라임 등 향신료를 넣어 매운맛, 신맛과 짠맛, 단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코코넛 우유를 넣어 고소한 맛도 난다.
혹자는 ‘비누 맛이 나는 새우탕’이라고 할 만큼 호불호가 강한 요리다. 특히 ‘고수’라는 향신료는 그 향이 특이해 거부감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느 태국 식당을 가든 양꿍을 기본으로 주문하고, ‘양꿍이 맛없으면 다른 식당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태국 음식의 기본이 되는 요리다.
양꿍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다. 동남아 전문 식당은 물론, 레토르트나 인스턴트 라면으로 나온 제품도 있다. 최근 밀키트 제품이 인기인데, 신선한 재료를 진공 포장해 갓 손질해 만든 양꿍을 맛보는 느낌이다. 새우 등 모든 재료를 손질해 두어 요리하는 데 15분 정도 걸린다.
3 베트남 반미 샌드위치
‘반미bánh mì’란 베트남어로 빵을 뜻한다. 우리식으로 하면 바게트 샌드위치 정도 되겠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통치할 때 바게트가 들어왔고, 이후 쌀로 바게트를 만들면서 쌀국수와 함께 베트남의 대표적 길거리음식이 된 반미 샌드위치가 탄생했다.
베트남 거리 어디에서든 베트남식 쌀 바게트를 살 수 있으며, 햄과 채소, 고기, 매콤한 향신료 양념을 사이에 넣어 반미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 의외로 외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아 베트남을 여행하며 반미 샌드위치를 한 번 맛보면 나중에도 그 식감과 독특한 향이 자꾸만 생각나게 한다.
반미 샌드위치 밀키트는 쌀 바게트의 바삭한 식감을 최대한 재현한 빵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 에어 프라이어에 살짝 구우면 더욱 바삭해진다. 여기에 닭고기, 돼지고기를 굽고 당근, 양파 등의 채소를 빵에 채운 후 베트남 현지의 소스를 뿌려 먹는다. 밀키트 대신 쌀 바게트만 사서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지 맛을 내려면 소스와 향신료만 추가하면 된다.
4 일본 밀푀유나베
밀푀유Mille-Feuille는 프랑스어로 ‘천 겹의 이파리’란 뜻으로, 과자를 잎사귀처럼 층층이 겹쳐 구워 그 사이에 생크림이나 과일 등을 넣어 먹는 디저트 과자다. 나베なべ는 일본어로 ‘냄비에 끓인 요리’를 뜻한다. 이 두 단어를 합친 ‘밀푀유나베’는 각종 채소와 고기를 여러 겹으로 층층이 쌓아 냄비에 끓여 먹는 일본가정식 퓨전 요리로, 웬일인지 일본 현지보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더 좋다.
뜨끈한 국물이 쌀쌀한 날씨에 잘 어울리는 밀푀유나베는 한 끼 식사로도 좋지만 담백한 맛이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소주나 정종 같은 깔끔한 술에 잘 어울린다. 배추와 깻잎, 버섯과 고기 등 재료 손질에 손이 많이 가는 요리지만 밀키트를 이용하면 30분 내외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
진공 포장된 소고기와 깻잎, 숙주, 청경채, 버섯 등 채소를 겹겹이 쌓아 냄비에 예쁘게 담아 육수를 부어 끓이면 정갈한 밀푀유나베가 완성된다. 2인분에 1만5,000원 정도로 저렴하고, 건더기를 다 먹은 후에는 칼국수를 넣어 끓이거나 밥을 넣어 죽을 만들어 마무리하면 더 없이 좋다.
5 헝가리 굴라쉬
다소 생소한 이름의 ‘굴라쉬goulash’는 흔히 ‘헝가리식 해장국’으로 알려진 수프다. 유럽여행에서 숙취에 시달릴 때 이만한 해장국이 없다. 헝가리 시골의 양치기들이 고기와 채소를 넣어 푹 삶아먹던 음식이 굴라쉬다. 헝가리어 ‘Gulyas’는 양치기란 뜻이다. 원래는 헝가리의 전통요리였지만 현재는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동유럽과 터키 등에서도 굴라쉬를 즐겨 먹는다. 몽골에도 굴라쉬와 비슷한 요리가 있다.
쇠고기 국물에 매운 헝가리 파프리카를 넣어 한국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다. 재료를 깍두기처럼 썰어내는 것이 특징이며, 우유, 치즈, 크림 등을 첨가해 고소한 맛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밥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헝가리 등 현지에서는 빵을 찍어 먹거나 파스타를 곁들여 먹는다.
굴라쉬 역시 밀키트로 만날 수 있다. 육수에 재료를 넣어 끓인 것을 급속 냉동해 소비자는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파스타와 밥, 바게트를 따로 준비해 먹으면 제법 든든한 식사가 된다.
6 기내식 밀키트
해외여행 나가기가 어려워지면서 비행기를 탈일도 거의 없어졌다. 오죽하면 여객기를 타고 한반도 상공을 한 바퀴 돌고 되돌아오는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었을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기내식 밀키트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유아용 식판을 앞에 두고 의자를 바짝 당겨 앉은 뒤 이어폰으로 항공기 ASMR을 틀어놓고 기내식 밀키트 세트를 먹으면 딱 비행기 탄 느낌이 난다. 이때 여동생이나 누나에게 부탁해 기내식을 가져다 달라고 하면 더 현실감 난다’는 글이 인기를 끌 정도다.
이런 이유로 최근 진짜 기내식은 아니지만 기내식 콘셉트의 밀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내식의 대표 메뉴인 치킨데리야키 덮밥을 비롯해 찹스테이크 정식, 닭갈비 정식, 비빔밥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에서 샐러드, 모닝빵까지 완벽히 갖춘 리얼 기내식 세트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판매 중단 상태다.
비록 2만 피트 상공에서 작은 창문으로 구름을 내려다보며 먹는 그 맛은 아니겠지만 코로나를 이겨내고 다시 해외여행을 떠날 때까지 버틸 힘은 주지 않을까 싶다.
7 스페인 파에야
우리나라에서 일요일이 ‘짜파게티 먹는 날’이라면, 스페인의 일요일은 ‘파에야Paella 먹는 날’이다. 흔히 파에야를 스페인식 볶음밥으로 알고 있지만, 파에야는 기름에 볶는 대신 육수에 채소, 해산물 등 재료와 함께 쌀을 넣어 익힌 요리다.
일요일 점심이 되면 스페인의 가족들은 오손도손 둘러 앉아 파에야를 듬뿍 만들어 나눠 먹는다. 우리의 누룽지처럼 파에야에는 ‘소카랏Socarrat’이라는 것을 긁어 먹는 것도 빠지지 않는 재미다.
우리나라에서 파에야는 스페인 전문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여러 밀키트 제품이 나와 집에서도 그럴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해산물 파에야를 비롯해 오징어 먹물 파에야, 소시지 파에야 등의 종류가 있다. 가격도 2인분에 1만4,000원 내외로 저렴하다.
조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건더기와 육수, 밥으로 개별 포장된 재료를 순서대로 넣고 끓이면 된다. 끓이는 정도에 따라 밥의 식감을 조절할 수 있기에 자신만의 취향대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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