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 격파한 산에서 맛보는 짜릿한 고도감!
글·사진 주민욱 기자 2021. 10. 27. 09:54
[Man&Wall] 오봉산 태조 리지
함양 오봉산(878m) 정상 직행하는 8피치 리지 등반에 도전하다
함양 오봉산(878m) 정상 직행하는 8피치 리지 등반에 도전하다
경남 함양의 오봉산(878m)은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구를 대파한 곳이기도 한 역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산이다. 주민들은 멀리서 보면 능선의 흰 바위가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보인다고 하여 서리산이라 부른다.
‘태조 리지’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처럼 바윗길은 오봉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2007년 대구등산학교 총동창회 기술등반위원회에서 처음 바윗길을 열었다. 최초 개척을 주도한 이선계씨를 중심으로 명품 리지가 탄생했다.
이른 아침 가재골산장 앞 비포장 주차장에서 김규철씨(진주 스카이클라이밍센터장)와 최종화씨(진주 스카이클라이밍센터)를 만났다. 그동안 리지 등반 촬영은 여러 조로 나뉘어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오늘은 조촐하게 필자를 포함해 총 3명이 등반에 나선다.
묵직한 산 사나이들의 시원한 등반
오늘 함께한 등반가들은 굉장히 바쁜 등반을 해야 한다. 필자가 촬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등으로 오를 등반가가 있어야 한다. 필자의 등반 능력이 출중하지 않아 먼저 올라가서 고정 로프를 설치해 줘야 한다. 그 고정 로프로 필자가 올라가면, 로프를 설치한 이는 다시 내려가서 선등으로 올라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후등으로 오는 이를 찍으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으나, 로프를 깔고 올라오면 사진 앵글에 로프가 걸리기도 하지만 등반의 긴장도가 떨어진다. 미묘하지만 등반 사진은 그런 긴장감까지 모두 전해진다. 또 멀리에서 찍을 필요도 있다. 쉽게 말해서 필자를 가운데 두고 먼저 가서 등반을 해야 하고, 되돌아와서 필자 뒤에서 다시 등반을 해야 하는 1인 2역을 해야 한다. 미안하고 죄송하며, 동시에 감사하다.
오늘은 묵직한 산 사나이들이 주인공이다. 어찌 보면 여기 태조 리지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나름 의미를 두고 등반을 시작한다. 가재골산장을 뒤로하고 오르니 좌측 사방댐에 물이 꽉 차 있다. 가을로 접어들며 장마가 본격적으로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등산로는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다.
20여 분 오르자 리지 초입 구간이 눈에 들어온다. 난이도 5.8급의 35m 긴 루트가 숲 사이로 시원하게 이어져 있다. 1피치를 마치자 독특한 빛깔의 2피치가 눈에 든다. 벽이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였다. 그리고 경사가 좀더 기울었다.
본격적으로 너른 풍광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2피치를 지나면 3피치까지는 걸어가는 구간이다. 200여 m를 걸어가니 거대한 바위 구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봉산의 위용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3피치와 4피치는 짜릿한 고도감이 묘미다. 난이도 또한 조금씩 높아진다. 등반 순서를 바꿔 최종화씨가 리딩을 한다. 큰 키에서 나오는 등반 동작은 풍광만큼이나 시원하다. 4피치를 넘어서면 5피치까지 50여 m 바위 능선을 걸어올라 간다.
걸어가는 동안 등반자 뒤로 탁 트인 경치가 드러나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20m의 5.9 난이도 5피치를 넘어선다. 바위와 나무가 섞인 구간을 걸어가면 6피치 종료지점이 나오는데, 여기서 7피치 구간을 가려면 20m 하강을 해야 한다.
6피치 종료 지점과 7피치 종료지점은 티롤리안 브리지(절벽과 절벽을 로프로 잇는 것)로 이을 수 있다. 리지 등반의 색다른 재미를 주는 구간이다. 티롤리안 브리지를 하고 나면 8피치 마지막 구간이다. 태조 리지 등반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다. 5.10c 난이도에 17m 높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구간이다.
등반을 마치고 로프를 정리한다. 2인 1조 등반은 매우 간결하고 속도도 빨라서,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다. 오늘 촬영을 위해 한 구간을 두 번씩 등반한 출연자들에게 감사했다. 엄청 피곤할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아 더 고맙다.
김규철씨는 내일 또 다른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내일은 의령 신반에 있는 큰덤바위에 간다”고 설레는 눈빛으로 말한다. 그의 등반에 대한 열정과 애착이 전해 온다.
함양 오봉산 태조 리지
대구등산학교 총동창회 기술등반위원회에서 2007년 태조 리지를 개척했다. 이선계씨가 친인척의 소개로 암릉을 발견해, 10개월 뒤 태조 리지가 탄생했다. 총 8피치이며, 6~7피치 사이에 티롤리안 브리지 구간이 있다. 3인 1조 등반 시 어프로치 포함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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