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外 [신간]

2021. 10. 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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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와 노동자는 평등한가
[주간경향]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데이비드 하비 지음·강윤혜 옮김·선순환·1만8000원



자본을 가진 사람과 그저 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팔아먹을 것이라곤 몸뚱이뿐인 사람이 있다. 이들은 평등할까. 200여년 전 사회주의의 싹이 트던 시절에도 유효하던 바로 이 ‘자본가 대 노동자’간의 계급 구도는 현대에도 달라지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는 역사가 흐르면서 진화해왔다. 이제는 노동자도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주식을 사서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불평등이 상존하는 일종의 ‘필요악’임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데 대해선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불평등이란 눈덩이가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는 내리막이 돼주는 자본주의란 체제 역시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책이 현대사회의 여러 지점을 돌아보며 자본주의의 비필연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적인 지리학자인 저자는 지리학과 인류학의 눈으로 현대사회와 문화를 관통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생생한 움직임을 추적해왔다. 이 책은 환경파괴와 기후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지구촌 서로 다른 곳의 사회 구성원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결국엔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되는 문제를 지목하고 있음을 밝힌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반정부 시위를 비롯해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거대한 노동의 쳇바퀴를 끊임없이 돌려야 하는 노동자의 뒤편에 브레이크 없이 가속만 요구하는 자본가의 모습이 도사린 ‘보상적 소비주의’의 현실까지. 저자는 자신이 오랜 기간 마르크스를 연구한 이론가지만 자신의 신념을 뒤엎는 경험을 여러차례 했다고 고백한다. 그 고백처럼 책은 자본주의를 이론과 이념의 잣대에 따라 일방적으로 폄하하진 않는다. 그저 수많은 물음을 통해 성찰한 뒤 한줄의 결론을 내릴 뿐이다. 자본주의가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마음의 문법
이승욱 지음·돌베개·1만4000원



정신분석학자이자 상담가인 저자가 한국인 마음의 증상을 진단한다. ‘어른’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사회 안의 타자를 향한 성찰로 나아가면서 지금 한국인들이 호소하는 무기력과 우울, 공황장애 등의 정신적 문제를 양육과 교육 과정에서의 ‘착취’와 연결시킨다.

▲대가 없는 일
김혜지 지음·민음사·1만3000원



10년간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더 오래 바라보고 느리게 담아내는 소설의 세계로 몸을 튼 작가가 펴낸 첫 작품집이다. 세상의 ‘대세’들과 같은 속도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들이 지닌 삶의 처세를 익히기 힘들어 같은 결과를 낼 수 없는 이들에 관해 썼다.

▲리추얼의 종말
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김영사·1만3800원



자아, 욕망, 소비를 넘어서는 대안적 실천으로 오래된 새 길 ‘리추얼’을 재조명한다. 반복되는 의례 또는 의식을 뜻하는 리추얼을 열쇳말 삼아 지금의 사회가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더 좋은 삶을 위한 모색을 이어간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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