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등 [만화로 본 세상]

2021. 10. 2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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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 듯한 느낌, 괜찮은 걸까?
[주간경향]

현재 전 세계 대중문화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은 당연 〈오징어게임〉이다. 넷플릭스에서 투자하고 배급하는 이 시리즈에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는데, 이미 11억이 넘는 시청자와 1조원에 가까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한동안 기록은 경신될 것이고,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를 지켜보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물론 나도 정주행을 완료했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오징어게임> 포스터 / 넷플릭스


그런데 이 작품이 화제가 될수록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의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오징어게임〉의 예고편을 보자마자 만화 〈신이 말하는대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는 동안은 수시로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연상됐다. 일본만화를 어느 정도 챙겨보는 독자라면 아마도 똑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거 어디서 본 건데….

물론 비슷한 설정과 일부의 디테일만으로 〈오징어게임〉이 이 작품들을 카피했다고 말할 순 없다. 두 만화도 거슬러 올라가면 계보가 있고, 장르의 관습을 공유하는 지점이 매우 많다. 내가 추측하기엔 그 계보 중에서 특히 이 두 작품을 ‘참고’한 것 같다. 여기에 적절한 변주와 관점이 있다면 그것으로 다른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오징어게임〉은 그러했을까. 내 눈에는 아슬아슬해 보인다. 시청자들의 비디오 판독이 필요하다.

하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생각났다. 성공한 두 영화 모두 만화가 원작이다. 나는 두 영화를 재미있게 본 뒤에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 〈설국열차〉와 일본의 만화 〈올드보이〉를 구매해 읽었다. 그런데 난감하게도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기차가 설원 위를 계속 달린다는 설정과 주인공이 갇혀 있다가 풀려난다는 상황 외에는 영화와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두 감독은 최초의 아이디어가 거기에서 왔고 그렇다면 원작자의 허락을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는 인터뷰를 했다.

난데없지만 새삼스럽지 않은 자영업 이야기를 첨가해보자. 근처에 애용하는 식당이 있다. 일본식 덮밥 단일메뉴만 판매하는데 무척 인기가 있어 오픈하고 한두시간이면 판매가 끝난다. 그러자 똑같은 인테리어와 메뉴를 갖춘 식당이 인근에 생겨났다. 상호는 한글자만 바꿔달았다. 이어서 2호점, 3호점을 내고 방송도 탔다. 맛집이라고 취재를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알 만한 사람은 그게 돈으로 이루어진 거래라는 것을 다 아는 그런 방송이었다. 물론 베꼈다는 증거는 없고, 증거 없음을 무기로 벌어지는 다수의 사건은 자영업계에서 아주아주 흔한 에피소드다.

가수 조덕배는 한 방송에서 표절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창작자는 항상 작품을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이것이 내 생각인지 어디에서 들었던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고, 그래서 만들어진 자신의 곡과 혹시라도 비슷한 작품이 이전에 있지는 않은지 모니터링하는 것도 하나의 의무라고 말이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인터뷰를 찾아 읽었다. 아쉽다. 무척 아쉽다. 부디 다음 시즌에서는 마음의 짐을 남기지 않기를 기대한다.

황순욱 초영세 만화플랫폼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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