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맛' 지켜낸 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방구석 극장전]
2021. 10. 27. 09:19
[주간경향]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0월 15일 막을 내렸다. 1996년 첫 출발 후 국내에 ‘영화제’의 표준을 제시한 지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그 위상은 여전하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은 영화제엔 거대한 시련이었다. 칸영화제조차 한해를 건너뛰던 상황. 그후 지난 1년여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영화제에 ‘뉴노멀’이 도래한 것이다. 일부 영화제는 온라인 상영으로 거점을 이동했고, 보다 일상화된 형태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상영회 활동을 강화했다. 상당수 영화제가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함은 물론, 영화제의 백미라 할 ‘GV(Guest Visit)’를 채팅창을 통해 진행하는 등 변화는 가파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0월 15일 막을 내렸다. 1996년 첫 출발 후 국내에 ‘영화제’의 표준을 제시한 지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그 위상은 여전하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은 영화제엔 거대한 시련이었다. 칸영화제조차 한해를 건너뛰던 상황. 그후 지난 1년여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영화제에 ‘뉴노멀’이 도래한 것이다. 일부 영화제는 온라인 상영으로 거점을 이동했고, 보다 일상화된 형태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상영회 활동을 강화했다. 상당수 영화제가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함은 물론, 영화제의 백미라 할 ‘GV(Guest Visit)’를 채팅창을 통해 진행하는 등 변화는 가파르다.
하지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 선언하듯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던, 오직 영화제가 제공해주던 특질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 결과는 영화제 측 공식 자료에 따르면, 영화제 관객 7만6072명(좌석 점유율 80%)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이전에 비길 순 없겠으나 ‘영화축제’의 본질을 복원하는 데 근접한 것으로 보였다. 상업영화관 상영이나 OTT 시청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는 승부수는 성공한 셈이다.
확실히 집에서 홀로 영화를 볼 때 느끼기 힘든 감흥이 영화제에는 존재했다. 관람방식의 수동성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라는 형식이 극도의 집단적 체험과 감흥을 선사하는 특성은 독보적이다. 학교 교육에서 지식과 정보는 사교육이나 온라인 수업으로 보완된다 해도 집단적 사회화 과정, 근래 ‘민주시민교육’으로 일컫는 부분은 대체 불가능한 것처럼.
물론 부산국제영화제도 최소한의 온라인 상영을 진행했고, 주요 이벤트의 온라인 중계 또한 병행했다. 하지만 행사 본령은 명백히 ‘오프라인’에 맞춰져 있었다. 심지어 GV 질문 또한 오픈채팅이 아니라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마이크로 직접 질문하고, 감독과 배우들은 방역기준 통과 후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온전히 공개하는, 이제는 과거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광경을 선보였다. 충격으로 느껴질 법한 순간이었다. 새벽부터 줄을 서 어렵게 표를 구한 관객들의 쾌감이 극점에 달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미지의 영화를 가장 먼저 만나고, 옆 관객도 같은 표정을 짓는 걸 확인하는 순간만큼 영화제만이 줄 수 있는 쾌락은 없다. 거장 봉준호 감독과 일본의 신성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대담 같은, 오직 부산만이 제공 가능한 빅 이벤트도 주목을 받았지만, 역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인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신작 〈메
모리아〉처럼 오직 극장에서 볼 때 온전히 소화 가능한 작품을 발견하는 순간이 영화제의 묘미다. 만약 이 영화를 안방에서 컴퓨터 모니터나 TV로 처음 접한다면? 상상이 안 간다.
영화제의 묘미는 또 있다. 검열에 반대하는 정신이 살아 있다면, 그 영화제는 가장 정치적인 형태로 순식간에 탈바꿈한다. 2019년 세계를 뒤흔든 홍콩 민주화 시위 과정을 담은 최신작 〈페이스리스〉 같은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는 기회는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의 ‘첨단’을 체험하게 해준다. 영화로 현실을 도피하는 게 아니라 ‘직면’하는 체험에서 오프라인 영화제를 넘어설 경로는 아직 없다.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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