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어린이 코로나19 백신 임상 결과 속속 발표..부모들 고민 깊어진다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에 대한 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전문의들과 부모들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졌다. 코로나19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 백신이 단기간 간단한 임상만 거쳐 긴급승인된데다 그나마도 청소년, 어린이 대상 임상 데이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유행하며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어려워지자 해외 몇몇 국가들은 일찌감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등은 지난 5월부터, 호주는 지난 7월부터 12세 이상 소아청소년에게 진행 중이다. 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접종하는 국가도 있다. 이스라엘은 5~11세 기저질환이 있는 어린이에게 접종하고 있으며, 중국과 캄보디아, 칠레, 쿠바 등에서는 6세 이상 모든 어린이에게 접종 가능하다.
국내는 지난 18일부터 16~17세, 내달 1일부터 12~15세 청소년 대상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21일 간격으로 2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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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효능 90.7%, 모더나 백신도 성인의 1.5배 수준 나타나
최근 mRNA 제조사인 화이자와 모더나는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속속 공개했다.
화이자는 22일(현지시간) 자사 백신이 5~11세 어린이 2268명을 대상으로 성인 용량의 3분의 분량(10마이크로그램)을 접종하는 임상시험에서 예방 효과가 90.7%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달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에 5~11세 대상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하고, 결과가 나오기 직전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FDA 관계자는 이날 화이자 보고서를 언급하며 "부작용보다는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이점이 더 크다"고 밝혔다. FDA가 이번 주 내 승인 권고하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종 논의를 거쳐 이르면 내주부터 5~11세 대상 접종이 진행된다. 화이자는 현재 생후 6개월~5세 미만 영유아 대상으로도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 주 안에 결과를 공개할 전망이다.
모더나 역시 25일(현지시간) 자사 백신이 12세 이하 어린이에게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모더나는 6~11세 어린이 4753명을 대상으로 성인 용량의 절반(50마이크로그램)을 접종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결과로는 백신 접종으로 생긴 중화항체가 성인의 1.5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 후 피로, 두통, 열 등 경미한 증상이 나타났지만, 우려했던 심근염, 심낭염 등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모더나는 최종 결과가 나오면 역시 FDA에 긴급사용신청할 계획이다. 이미 12~17세 대상으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으나 FDA는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추가 대규모 임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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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작용 우려로 접종 최대 미루고 싶다" 전문의 "건강한 청소년이라면 접종 권장"
국내에서는 질병관리청이 FDA와 CDC 자료와 연구결과를 토대로 최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소아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감염으로 인한 중증과 입원 위험을 줄이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코로나19 확진 시 격리와 교육 기회의 감소, 심리적 위축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백신의 효과를 밝히며 접종을 권고했음에도 이 연령대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해야 할지, 맞는다면 언제 맞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인옥 씨는 "중학생 정도 나이라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될 것 같다"면서도 "접종 후 부작용이 다소 걱정돼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맞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접종 시기를 미룰수록 지금 것보다 더 좋은 백신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은진 씨는 "매년 맞는 독감 백신도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게 부모 마음"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성급하게 결정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하는 내용이나 해외 사례 등 여러 정보를 토대로 배우자와 충분히 논의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미국 FDA가 12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백신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도 추후 접종 대상 연령을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구성은 씨는 "(만약 승인된다면) 아이에게 접종시킬 의향은 있지만 접종 후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구 씨는 "안전성에 대해 어느 정도 검증되는 것을 보고 싶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이 있어, 접종을 진행하는 기간의 중간 시기쯤에 맞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는 손화선 씨는 "백신 접종률이 70~80%가 되면 어느 정도 집단면역이 될 텐데 굳이 어린이들까지 백신을 맞아야 할까"라며 "아이에게 접종시킬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손 씨는 "혹시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부작용 등이 나올지도 모르니 좀 더 기다렸다가 추후에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하는지에 대해 국내 전문의들도 확실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백신이 나오기까지 대개 임상 3상까지 거치는데, 코로나19 백신은 긴급했던 만큼 정확한 임상 데이터 없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오재원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2~17세 청소년 대상 백신 접종에 대한 임상데이터는 거의 없어 불확실하다"면서도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 미접종자인 청소년들이 학교 등 집단생활을 하며 코로나19에 노출되기 쉬워 (소아과 의사들은) 대개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은 같은 기간에 많은 사람이 맞아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접종하기로 결정했다면 빨리 맞는 것이 좋다"면서도 여전히 임상 데이터가 적다는 것을 우려했다.
오 교수는 "건강한 청소년이라면 백신을 맞아도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접종 후 30분~1시간은 병원에 머물면서 혹시 이상반응이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청소년은 의사의 진료와 상담 하에 접종하고 혹시 심각한 이상반응이 일어나더라도 즉각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중환자실(ICU)을 갖춘 3차 이상 대형병원에서 접종하라"고 말했다.
이지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청소년이 가슴통증이나 근육통으로 응급실이나 외래에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백신 접종시 이득과 위험도를 잘 판단해서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라이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환절기호흡기바이러스가 돌기 때문에 호흡기 증상이 있는 어린이들이 코로나19 감염인지 아닌지 감별이 특히 중요해졌다"며 "미국 등 이미 진행하고 있는 해외의 접종 사례와 추세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임상적으로 12~17세 청소년이 백신 접종 부작용이 성인에 대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청소년은 성장 발달하고 있는 중이므로 백신 영향이 성인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1년, 2년 등 시간이 흘렀을 때 청소년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면역력, 성장에 미친 영향 등 임상 데이터가 쌓이고 그 결과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이런 백신에 대한 과학적인 보고서를 추후 발표하겠다는 것과, 청소년이 백신을 맞고 이상반응이 생길 경우 백신 부작용인지 정확하게 원인을 밝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공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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