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일랜더' 유주혜·강지혜 "용서 위해선 소통 필요"
기사내용 요약
국내 초연, 매진 행렬
31일까지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인극 뮤지컬 '아일랜더'가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있다.
본토에서 떨어진 섬마을 '키난'의 유일한 소녀 '에일리'와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타 섬'에서 온 미스터리한 고래 지킴이 소녀 '아란'의 만남과 우정을 그린 작품. 2017년 스코틀랜드에서 워크숍 공연 이후 투어를 돌았고,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별다른 악기 없이 배우 유주혜(유)·강지혜(강)가 직접 조작하는 루프 스테이션과 마이크를 통해 극의 모든 소리를 만들어낸다. 루프 스테이션은 목소리나 연주를 즉석에서 녹음해 실시간으로 반복 재생하는 기계다. 배우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겹겹이 쌓아 다른 소리를 만들어낼 때, 공연예술의 미학이 절정이 된다.
또 '아일랜더'는 형식뿐만 내용도 톺아볼 만하다. 삶의 순환·환경 등 주제 의식이 심해(深海) 같다. 이를 능히 전달하는 배우들의 출중한 기량으로 팬덤이 형성됐다. 소셜 미디어 등에 올라오는 반응과 팬아트(팬이 원작을 두고 만들어내는 2차 창작물) 숫자는 인기 아이돌이 출연하는 대형 뮤지컬 이상이다.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공연하는데, 티켓이 몽땅 매진됐다. 혹여나 취소 표가 나올까 매일 공연장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팬들도 있다.
최근 우란문화재단에서 만난 아란 역의 유주혜와 에일리 역의 강지혜는 "촘촘한 이야기와 루프 스테이션이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기계의 만남이 관객 분들에게 신선하고 유기적인 울림을 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페어인 정인지·이예은 그리고 박소영 연출·김성수 음악감독·조민형 작가 등에게 인기의 공을 돌린 두 배우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강=루프 스테이션은 지난 5월부터 연습을 시작(보통 공연의 연습 기간은 두세 달 전)했어요. 5개월 전부터 친숙해질 수 있도록 재단 측에서 배려를 해주셨죠. 아무것도 몰랐고, 무조건 그냥 하는 거였어요.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보여서 다행이죠. 그런데 어려웠어요. 분명히 바이블대로 눌렀는데 느리게 돌아간다거나, 소리가 섞여서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왜 그럴까' 원인을 찾는 과정이 머리가 아팠죠.
유=루프 스테이션 악보를 외우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무척 매력이 있어요. 저희 두 사람밖에 없는데 여러 사람의 소리를 낼 수 있고, 합창처럼 들리게 할 수 있으니까요. 기계 안에 이펙터(다양한 효과를 내는 장치)가 많아서 소리를 심어 놓으면, 다양한 소리로 변형할 수도 있죠. 저희도 신기하고 재밌었죠.
강=생각보다 소리를 만드는 것이 자유로워요. 헬리콥터·고래 숨소리… 상상하는대로 가능해요. 이 조그만 네모 안에서 상상한 걸 다 펼칠 수 있죠. 기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소리임에도,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는 관객 분들이 눈 앞에서 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 같이 보셔서 그런 거 같아요.
유 : 기계 안에 들어가는 소리가 악기 연주가 아니라 저의 목소리, 박수소리, 숨 소리이기 때문에 더 아날로그적이죠.
강 :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한) 노래는 박자가 어려워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음정을 잡아야 하는 것도 쉽지 않죠. 처음 녹음된 음정이 샵(반음이 올라간 음정) 또는 플랫(반음이 내려간 음정)이 되면 소리가 쌓일수록 엉망진창이 되거든요.
유 : ('펀홈' '차미' 등에서 현실적인 캐릭터를 맡았던 만큼 '아일랜더'에서도 현실적인) 에일리를 저도 맡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판타지 요소가 있는 아란 역은 제게 도전이었죠. 아란의 핵심 키워드는 '코래 지킴이' '16세 소녀'였어요. 뭔가 지켜야 하는 아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강=에일리는 외로운 아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랑 떨어져 있고 고립돼 있는 섬에서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죠. 하지만 키난 섬 주민들은 개인적이지 않아요. (따듯한 공동체를 다룬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갯마을 차차차'처럼) 서로를 돌보고 열정적으로 반응하죠. 그만큼 그 안에 사랑이 커요. 그런 점을 통해 에일리가 더욱 성장하고 건강한 내면을 갖게 됐죠. 강한 인물로 만들고 싶었어요.
유=아란 외 많은 인물도 연기해야 해요. 세타섬 사람 아란, 육지 사람 제니, 키난섬 사람들로 이렇게 구분해서 연기했어요. 키난 섬 사람들은 논쟁을 즐기고, 제니 같은 경우는 유머가 있는 따듯한 사람이죠. 아란은 키난 사람들과 표현 방식이 다르고요.
강=저 역시 마찬가지죠. 에일리 외에 연기하는 다른 인물을 관객이 헷갈려 하시지 않도록, 과장해서 보여주려고 했어요. 키난 섬 사람들 자체가 오지랖이 넓거든요. 큰 열정을 가진 만큼 감정적으로도 크게 반응할 거라 생각했죠.
유='아일랜더'에 출연하면서 느끼고 있는 건 '혼자가 아니다'라는 거예요. 지혜랑 둘이 연기하면서 '딱 붙어 있는' 특징도 그렇죠. 아란은 (고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많은 아이에요.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혼자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것도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했어요.
강=처음에 '아일랜더'를 통해 떠올린 키워더는 용서였어요. 이제는 소통이에요. 제가 극 중에서 제일 졸아하는 대사가 '알 수 있겠지. 서로 주의를 기울이면'이에요. 소통을 한다는 것은 상대의 마음에 집중해 공감을 하고 싶다는 거죠. 특히 에일리는 고래와 대화를 하잖아요. 주의를 기울이면, 언어가 달라도 소통이 가능하죠. 단절된 것을 풀어내는 시작은 용서고 그 용서에서 제일 중요하고 기본적인 건 소통이죠.
유=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시는 이유는 극의 밀도가 높아서 인 거 같아요. 성장 서사이면서, 가족 서사이고, 공동체 서사이기도 하죠. 자연까지 아우릅니다. 이런 촘촘한 서사들이 감동을 주고 여운을 갖게 하죠. 동그란 무대 안에서 만들어내는 소리는 상상도 자극하죠.
강=이야기와 생소하지만 루프 스테이션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이 돼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거 같아요. 소리가 직접 쌓여가고 있는 것을 눈 앞에서 지켜보지만 환상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유=지혜 랑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때 제대로 처음 봤어요. 제루샤 역에 같이 캐스팅됐는데 연기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죠. 지혜가 주는 에너지와 감정으로 극 중에서 매번 살다보니, 진짜 에일리랑 헤어지기 싫은 감정이 들어 무대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어요.
강=언니 때문에 공연 디테일이 만들어졌어요. 적극적이고 제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죠. 하하.
유=평이한 삶을 사는 캐릭터보다 '펀홈' '차미' '아일랜더'처럼 입체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극이 좋아요. 정답을 쉽게 내릴 수 없는 역할이요.
강=('안테모사' 등 밝은 기운을 주는 작품에 출연해온 만큼) 선택할 때 '건강함 힘'을 봐요. 전달자 역을 하면서 무너진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는 역이 좋죠.
유=벌써 데뷔한 지 13년이 됐어요. 코로나19가 무섭기도 했는데 공연계가 무너지지 않은 건 관객 덕분이에요. 공연장에 와주시는 분들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있어요.
강=어떻게든 공연을 지켜주시려고 하는 관객분들을 보면 감사해요. 그런 관객분들과 계속 호흡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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