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열풍] ④지원예산 늘리고 법 손질..실효성은 '글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정부와 국회 등도 관련 제도 보강과 필요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당국은 특히 글로벌 OTT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과 한국 드라마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맞춰 국내 제작 역량 강화와 토종 OTT 기업 지원에 주력할 방침이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에 이어 내달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까지 상륙하면 이들 플랫폼에 대한 국내 제작사들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토종 OTT 기업의 입지도 더욱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부처의 지원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도 OTT 콘텐츠 및 플랫폼 지원 예산을 늘리거나 신규 편성하고 관련 입법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업계가 체감하기엔 지원 수준이 미미한 데다 법안 추진이 자칫 중복규제나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부처 내년 예산 늘려…"집행 실효성 담보해야"
문체부는 내년도 OTT 콘텐츠 제작 지원 및 투자재원 예산을 증액했다. '오징어게임' 같은 킬러 콘텐츠가 OTT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K-브랜드 제고에 일조한다는 차원에서다.
제작 지원 규모는 올해 15억 원(편당 최대 3억 원)에서 내년 116억 원(편당 최대 14억4천만 원)으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제작사가 지적재산(IP)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단 계획이다.
또한 올해 조성한 300억 원 규모 방송·OTT 영상콘텐츠 펀드에 내년에는 드라마 전문 펀드를 추가 조성할 예정이다.
전문인력 양성과 해외 진출 지원도 한다. 글로벌 OTT 환경에 맞는 심화인재 및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에 각각 10억 원, 5억 원을 새로 책정했다. 수출·마케팅·OTT용 현지어 재제작 지원에도 올해처럼 22억 원을 편성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디어 신기술 분야에서 OTT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에 48억 원을 책정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업계 수요를 반영해 국내 OTT의 글로벌 진출 시 현지 언어 변환 기술 개발, 서비스 고도화 기술 개발사업 등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방송통신 콘텐츠 진흥 예산에서 국내 OTT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해외 OTT 시장 조사 및 국제 포럼 예산으로 3억5천만 원을 신규 편성했다.
콘텐츠 제작사와 OTT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부처가 예산을 확보하려는 방향은 긍정적이나 규모 면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예산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며 "정부 지원이니 콘텐츠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인력 육성 등 제작 근간이 될 사업에 실효성 있게 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별 법안 제각각…"규제보다 지원에 초점 맞춰야"
관련 부처가 각기 내놓은 OTT 관련 규제 및 지원 법안 또한 쟁점이다. 소관 업무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정부가 지난해 6월 마련한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의 OTT 산업 최소 규제 기조에 발맞추지 못한단 지적이다.
문체부는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진흥법,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방통위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으로 OTT에 대한 지위를 부여해 지원 및 규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상미디어콘텐츠산업진흥법은 지난해 9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근거법으로 추진한다. 영상미디어콘텐츠 법적 개념에 OTT 콘텐츠를 포함하고 기획 및 제작 등 재정 지원 근거 마련, OTT 사업자 자율 등급제 도입 등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OTT 사업자를 특수유형 부가통신사업으로 분류하고 자율 등급제, 세제지원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방통위는 기존 방송법에 OTT를 포함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제정해 방송, IPTV, OTT 등 서비스별 규제 및 지원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청와대 과학기술 보좌관 주재로 7개 부처가 참여한 'OTT 정책 협의회'를 구성했다. OTT 관련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고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정부와 국회는 넷플릭스의 국내 인터넷망 '무임승차'와 관련해 국내 OTT 역차별 논란이 인 만큼 망 사용료 부과를 위한 법 개정에도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OTT 플랫폼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와 진흥 중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공정한 플랫폼 환경을 위해 해외 OTT와 역차별 문제를 개선할지가 핵심"이라며 "OTT 산업 관련 주무 부처가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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