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 50주기에 듣는 배호 노래들..계절보다 더 쓸쓸하네 [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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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엔 경기 양주에 있는 배호 묘에 사람들이 더 붐빌 것 같다. 11월 8일이 배호 50주기이기 때문이다. 김현식부터 김광석까지 요절한 가수들 중 팬덤이 뜨겁게 지속되는 경우가 있지만, ‘옛날 가수’라고 할 배호가 사후 50년이 되도록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만큼 생전의 인기가 엄청났음을 증명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배호 팬클럽만 40여개가 되고, ‘배호를 기념하는 전국 모임’은 16개 시도에 지부가 있다. 미국에도 6개 지부, 중국 일본 호주 칠레에도 팬클럽 지부가 있다.
▼배호 - 돌아가는 삼각지
배호는 트로트 리듬에 맞춰 노래했지만 창법은 스탠더드 팝의 그것이었다. 최고 히트곡 ‘돌아가는 삼각지’를 들어보면 배호 창법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특유의 매력적 중저음은 물론이고, 고음에서 내지르지 않고 음을 교묘하게 흘리면서 아슬아슬하게 부른다. 그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 말엔 이렇게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가 없었다.
배호는 이 노래 첫 부분에서 “삼각지 로/ 타리에” 하고 특이한 호흡법을 보인다. 혹자는 당시 신장염을 앓고 있던 배호가 호흡이 가빠 짧게 끊어 불렀다고 하지만 이어지는 “궂은 비는 오는데”를 한 호흡에 부른 걸 보면 정확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배호 식의 모던한 창법이라고 봐야 옳다. 이런 것들도 당시 궤멸돼가던 트로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배호 - 안개 낀 장충단공원
배호는 1964년 서울 낙원동의 한 카바레에서 ‘배호와 그 악단’의 리더로 드럼을 치며 노래하는 가수로 데뷔했다. 그러나 1966년 신장염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인 67년부터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히트곡은 그가 병상에서 녹음한 것이며, 그 덕에 음색이 더 애절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안개 낀 장충단공원’은 쓸쓸한 가사와 함께 스탠더드 팝 창법이 돋보이는 그의 히트곡이다.
▼배호 - 누가 울어
29세에 세상을 등진 배호는 25세 때 당대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사진을 보면 양복에 말끔한 상고머리, 옅은 색안경 차림이다. 가끔 중절모 쓴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지금 보면 ‘아저씨 룩’이지만 당시 또 다른 인기스타가 최희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배호의 용모가 훨씬 세련되고 도회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누가 울어’ 같은 곡을 구성지게 불렀으니 남녀 모두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 천변카바레 스팟 영상
뮤지컬 ‘천변카바레’는 배호 노래를 아주 잘 부르던 시골 청년이 우연한 기회로 서울의 한 카바레에서 배호 모창가수로 활동하게 된다는 내용의 공연이다. 2010년 초연된 이 뮤지컬은 배호가 활동하던 당시의 풍경을 그럴 듯하게 재연했다는 호평을 받아왔고, 올해 배호 50주기를 맞아 11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이화여고백주년기념관에서 다시 공연된다. 매번 배호 노래를 기막히게 잘 부르는 주연배우가 등장한다.
1970년 강원 양구의 한 다방에서 총을 든 어떤 남자가 인질극을 벌였다. 그의 요구사항은 두 가지였다. 담배 한 보루와 배호의 음반. 여자 넷을 인질로 붙잡아 둔 그는 배호 노래를 듣고 또 들었고 때로는 따라부르다가 이튿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무슨 이유로 최악의 선택을 했는지 결국 알려지지 않았지만 배호의 노래는 그만큼 사람들을 위로하는 힘이 있었다.
1969년 병세가 악화된 배호는 연말 방송 무대에 서면서 복수가 찬 배를 가리려고 코트를 입어야 했을 만큼 상태가 나빴다. 그 와중에도 그는 신곡을 녹음했는데 결국 1971년 숨지면서 자신의 마지막 노래가 발매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 노래 제목이 ‘마지막 잎새’여서 슬픔에 빠진 팬들의 가슴을 한번 더 아프게 했다고 한다.
▼배호 - 마지막 잎새
[지난 스밍 List!] ☞조선닷컴(chosun.com/watching)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정밀아 ‘꽃’
🎧신해철 ‘Here, I Stand For You’
🎧박지성 응원가 ‘개고기 송’ 원곡…19세기 찬송가 ‘춤의 왕’
🎧정재일 ‘오징어 게임 O.S.T’
🎧그린데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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