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꿀벌의 사생활·식물 유전체분석..빅데이터가 지구 지킨다

신찬옥 2021. 10. 2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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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빅데이터플랫폼
양질 데이터로 그린테크 '마중물'
"잠자던 데이터 깨우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 됐다."

별별 데이터가 다 있다. 1차 산업인 농업과 양봉을 '6차 산업'으로 진화시켜주고, 대기 질 개선을 위한 환경지도도 만들어준다. 요즘 최대 화두인 기후변화와 관련해 '탄소발자국'을 분석해서 인류 난제의 해법을 찾을 실마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를 활용하는 발 빠른 회사들도 있다. 허니엣비는 '스마트양봉'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충영 허니엣비 벌생태연구소 소장은 "산림청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국내 밀원식물(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 생태지도를 구축하고, 벌 관련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벌들이 만드는 데이터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벌통의 온도와 습도, 음향, 중량, 영상 이미지와 분출하는 페로몬까지 측정할 수 있다. 허니엣비는 충북 청주, 전남 장흥, 충남 서천 등 전국 세 곳의 밀원식물 3종 분포를 담은 생태지도를 만들어 공개했다. 궁극적으로는 230종에 달하는 밀원식물 전국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지도를 통해 농가는 스마트양봉으로 수입을 늘리고, 정책적으로는 산림 관리나 탄소중립 대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소장은 "예를 들어 쌀이나 밭농사, 버섯농사만 하던 농가가 예상 꿀 수확량 데이터를 보고 밤나무를 심어서 밤과 밤꿀을 얻을 수 있다. 꿀벌이 건강하면 반경 2~5㎞ 환경이 건강한 것이므로 정부 정책에 참고할 '꿀벌 생태지표'를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포보스는 미지의 영역인 '식물 유전체 데이터' 전문 기업이다. 전체 유전체를 해독하고 AI로 분석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지 예측하고, 의학·약학·한의학 지식을 바이오 빅데이터화해 새로운 식물 자원의 용도를 발굴한다. 국내 자생식물인 미선나무 유전체를 해독해서 항바이러스 항염 미백 효과가 있는 '엑티오사이드'라는 물질을 확인했고, 가시엉겅퀴와 바늘엉겅퀴 유전자도 해독하고 있다.

박종선 인포보스 공동대표는 "한의학연구원,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수목원 등에 흩어져 있는 로데이터를 모아 정제하고 디지털화한 데이터베이스가 큰 자산"이라며 "4700종 정도 되는 전체 자생식물을 분석해 유용한 167종을 선별했고, 98종을 자생지에서 채집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데이터 확보부터 분석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작업이다. 식물 한 종 유전자를 해독하고 정리하는 데에만 6개월이 걸릴 정도"라며 "힘들지만 데이터 분석으로 기존 식물자원의 새로운 효능을 발견하는 데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제한 빅데이터는 제약사와 화장품 회사, 바이오 기업 등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지구를 살리는' 데이터에 특화된 회사도 있다. 에코아이는 국내외 탄소배출권 투자 및 탄소중립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데이터 분석을 위해 건물 동수와 에너지 공급 기관 데이터가 결합된 건물 에너지 데이터와 소비 품목별 탄소배출량 데이터(한국은행 산업연관분석표 381개 기본부문 기반)를 활용한다. 이세희 에코아이 주임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빅데이터센터 사업자로 참여해 국토부에서 수집하는 건물 에너지 데이터를 제공받아 지역 온실가스 배출 통계정보를 제공한다. 소비 품목별 탄소배출량 데이터로는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얼마만큼의 탄소를 배출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제조·생산 단계까지만 탄소배출량을 관리했다면 이제는 소비자 구매 시 배출량이 얼마나 나오는지까지 관심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은 울산시와 교통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교통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 산업단지와 차량 이동이 많은 지역인 만큼 교통 시스템을 효율화해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대기 질 개선을 위한 환경지도도 구축하고 있다. 울산 시내 대기측정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근 대기 물질과 미세먼지를 분석하고, GIS 기반 환경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박경석 울산정보산업진흥원 박사는 "환경지도를 만들면 예를 들어 이달에는 어느 지역에 오염 물질이 많다, 이 지역은 뭘 개선하면 대기 질이 좋아지겠다는 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면서 "1차적으로는 울산시 데이터를 분석해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향후 이를 다른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과 기관은 모두 잠자던 양질의 공공·민간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기정통부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16개 빅데이터 플랫폼과 150개 빅데이터 센터를 지정해 양질의 데이터가 산업계로 흘러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16개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는 '통합 데이터 지도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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