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논점과 관점] '일 잘하는 리더' 論의 진실

장규호 2021. 10. 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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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개봉한 영화 'LA 컨피덴셜'은 1950년대 부패한 미국 경찰과 당시 사회상을 그린 수작(秀作)이다.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4단계 종 상향(녹지→준주거지) 논란도 그렇고, 최근 일산대교 공익처분에서도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릴 수완을 발휘했다.

배당이든 용도변경 특혜든 지역민에게 '퍼주기' 식으로 일관하는 게 그가 말하는 '일 잘하는 리더'의 특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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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호 논설위원

1998년 개봉한 영화 ‘LA 컨피덴셜’은 1950년대 부패한 미국 경찰과 당시 사회상을 그린 수작(秀作)이다. 그중에서도 신참 형사 에드먼드 엑슬리란 캐릭터는 요즘 시국에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강직한 사명감의 소유자이던 그는 영화 막바지에 경찰 수뇌부와 뜻밖의 거래를 한다. 자신이 ‘처단’한 부패 경찰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데, 이 사실을 숨겨 경찰의 치부는 감춰주고 자신은 사건을 해결한 공으로 훈장을 요구한다. 부패 경찰의 유족, 경찰 수뇌부, 엑슬리 모두 ‘윈윈’한 것이다.

세상살이 이치를 터득한 신참의 반전(反轉)을 보여주려는 건지 어떤지 원작(소설)의 의도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패자 없는 해피엔딩 속에 진실은 실종되고 만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은 수없이 벌어진다. 대장동 특혜 의혹도 닮아 있다.

 대장동 개발에 승부 건 이재명

여당 대선 후보로 뽑힌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성남 대장동 개발을 추진한 2014~2015년은 금융위기로 싸늘하게 식은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날지 장담하기 어렵던 때다. ‘분양 완판’은 언감생심이고, 고(高)분양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물론 터널 하나만 뚫으면 입지에서 서판교와 큰 차이 나지 않는 대장동은 기자가 부동산을 취재하던 2000년대 후반에도 ‘한국판 베벌리힐스’라며 기대를 모으던 곳이긴 했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치적 성공의 디딤돌로 대장동 개발에 주목했을 것이란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문제는 LH 개발 무산으로 좌표를 잃은 사업이 재추진될 수 있도록 다시 가닥을 잡고, 확정수익 등 치적(治績)으로 삼을 명분을 찾는 일이었다. 그 묘수가 민·관 합동 개발이었던 것이다. 특혜 구조를 의도적으로 짰든, 그렇지 않든 사업을 신속하게 본궤도에 올리려고 공공(토지 수용)과 민간(분양가 상한제 회피)의 이점을 교묘하게 취한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장 잘 뽑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는 이 후보의 최근 주장은 평소 강조해온 ‘일 잘하는 리더’론의 실체를 가늠하게 한다. 판교를 잇는 터널은 성패를 좌우하는 당연 추진 사업이고, 1공단 공원화도 인허가 조건으로 충분히 시행사에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걸 ‘공익 환수’로 포장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장동 개발 배당이익 1822억원을 임대주택 부지 확보용으로 쓰지 않고 성남시민에게 가구당 50만~60만원씩 ‘배당’하려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대장동의 원래 땅 주인들로부터 시세 대비 절반값에 토지를 수용한 뒤, 거기서 나온 수익을 성남시민에게 ‘떡’으로 돌리려 한 것이다.

 '떡'만 주면 유능한 리더인가

시장 재직 때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교복·산후조리지원)를 안착시켜 인기를 얻은 이 후보다. ‘시민배당’까지 했으면 그의 지지도는 더 탄탄해졌을 것이다.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4단계 종 상향(녹지→준주거지) 논란도 그렇고, 최근 일산대교 공익처분에서도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릴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영화 속 엑슬리 형사와 달리 이 지사는 그 속내를 들켜버렸다. 배당이든 용도변경 특혜든 지역민에게 ‘퍼주기’ 식으로 일관하는 게 그가 말하는 ‘일 잘하는 리더’의 특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옛 성현들은 군자는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일을 그르칠 수 있어서다.속히 하려 서두르면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따지다 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공자 가르침도 있다. 이 후보의 ‘일 잘하는 리더’론이 국민의 상식적 기준에 부합하는 주장인지, 욕속부달에 불과했는지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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