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사망] 국가장·국립묘지, 文 결심은..靑 메시지 유보(종합)
5·18 단체 등 진보진영, 국가장·국립묘지 부정적..유족은 파주 안장 언급
문대통령, 언급없이 '신중'..국민정서 등 고민할 듯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26일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절차나 국립묘지 안장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로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유족들의 바람, 국민정서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별도의 메시지 없이 '침묵'을 지킨 것 역시 이처럼 복잡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장 여부 문대통이 결심…진보진영 일부선 부정적 기류
우선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질지 여부는 조만간 열리는 임시 국무회의 심의와 문 대통령의 결정을 통해 가려진다.
국가장법은 2조에서 전·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사망 시 국가장을 치르도록 하고 있으며, 중대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이날 운영위 국감에서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만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실장이 말한 절차는 국가장법에 명시된 것으로, 여기에는 "유족 등의 의견을 고려해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나와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진보진영을 중심으로는 국가장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내란죄 주범을 국가장으로 치른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자기부정"이라고 말했다.
국립묘지 안장할지도 고민…유족은 파주 통일동산 염두
국립묘지 안장 여부 역시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어떻게 논의가 흘러가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안장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관례상 전직 대통령의 장례방법은 국가장법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에서 유연하게 결정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오히려 고민이 되는 지점은 국가장 문제에서처럼 여권과 진보진영 일부에서 국립묘지 안장에 반대 의견을 뚜렷하게 내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를 지역구로 둔 조오섭(북구갑)·윤영덕(동구남구갑)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광주와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가 없는 찬탈자이자 학살의 책임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한다면 후손에게 민주주의와 정의를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5·18 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 등 5·18 관련 단체는 성명을 내고 "우리 사회는 재포장된 군부 독재의 역사가 아닌, 5·18에 대한 진상규명을 다시 조명해야 한다"며 국립묘지 안장에 반대했다.
유족 측은 파주 통일동산을 거론하고 있다.
유족 측은 이날 "장례 절차는 정부와 협의 중이며, 장지는 이런 뜻을 받들어 재임시에 조성한 통일 동산이 있는 파주로 모시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파주시 측은 정부와 시민의 뜻을 확인하고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문대통령 메시지 보류…靑, 신중론 속 국민정서 파악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직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청와대는 일단 이날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고 대신 다음날 회의를 거쳐 메시지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아직 유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지 못한 만큼 섣불리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날 문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차담, 한-아세안 화상정상회의,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일정이 이어진 것 때문에 내부 의사결정이 늦어진 측면도 있다.
나아가 이같은 신중론에는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 정서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여론을 파악하겠다는 생각도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역대 사례, 현직 대통령 조문 다수…문대통령도 빈소 찾을까
만일 장례절차가 시작되면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조문하거나 영결식에 참석할지도 관심거리다.
역대 사례를 봐도 전직 대통령의 서거 때에는 현직 대통령이 늘 빈소나 영결식을 찾아 애도를 표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 조문하려 했으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경복궁에서 거행된 영결식에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에도 김윤옥 여사와 함께 국회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2015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문 대통령 역시 전례에 따라 국가장이 치러진다면 장례식장을 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상태인데다, 문 대통령이 28일부터 유럽 순방이 예정돼 있어 영결식이 열리더라도 국내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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