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네발 자전거 보조바퀴 떼는 법
금융시장, ESG 기업 투자 등 재편
탄소시대 보조바퀴 떼려는 기업위해
금융이 믿음직한 아빠의 역할해야
“아빠, 절대 손 떼면 안 돼!”, “아빠, 지금 꼭 잡고 있는 것 맞지?”
국가별 중앙은행의 협력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1월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가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하는 ‘그린스완’(The green swan :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 안정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린스완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파리협정 이행 원년인 올해에는, 세계 곳곳에서 산불과 홍수, 기록적인 폭염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의 경제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위기를 맞는 ‘블랙스완’(The black swan)은 심각하게 손상을 입지만 회복은 가능하다. 이에 반해 그린스완은 회복 불가능의 피해를 초래한다.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꿔 놓은 코로나 팬데믹에서 우리는 그 공포를 미리 엿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9월 27개 은행에 대한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 및 저탄소 환경으로 전환할 경우 화석연료 기업에 대출이 많은 은행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여 국제금융 시장은 이미 ESG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해 1월 ‘기후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포트폴리오 재편을 발표했다. 올해 초 영국의 비영리단체 셰어액션과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 세계 최대 상장 헤지펀드 맨그룹을 포함한 35개의 사회단체 및 기관투자자로 구성된 협의체도 석탄산업 발전에 가장 많은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24개 글로벌 금융회사를 향해 보다 친환경적인 자금공급을 늘리도록 촉구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2022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ESG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는 ESG로 이행하기 위한 각종 여건과 준비기간 등에서 간극이 크다. 국내로 좁히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국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기준을 정립하는 것은 당면한 과제다.
가장 기초가 되는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taxonomy)를 세련되게 마련해야 한다. 택소노미는 금융지원 대상 경제활동이 녹색활동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분류체계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작성을 주도하고 있는데 당초 계획보다 늦은 올 12월쯤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더욱 강하게 시험할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는 K택소노미가 절실하다.
“막둥아, 자전거를 잘 타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해?”
뒤늦게 자전거를 배우게 된 아내가 초등학생인 막둥이에게 자전거 타기 노하우를 물었다. 한참 생각하던 막둥이는 “용기가 필요해”라고 답했다. 우문에 현답이었다. 두발자전거는 큰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용기가 포인트다.
금융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로 자금이 흐르는 것은 최소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기후위기를 맞아 탄소시대의 보조바퀴를 떼려 안간힘을 쓰는 기업에 용기를 주려면 금융이 두발자전거 뒤를 꽉 잡아주던 믿음직한 아빠 역할을 해야 한다.
이천종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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