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모질게 한 것 사과" 文대통령 "제 심정 알겠죠?"
李 "文정부 역사에 남게 최선"
靑 "정치적 얘기는 일절 안해.. 대장동의 '대'자도 안나왔다"
野 "검찰에 가이드라인 준 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현직 대통령과 여당 후보로서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청와대는 이 후보 측근들이 연루돼 있는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해선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대통령이 수사 대상인 이 후보와 화기애애한 만남을 가진 것은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꼴”이라며 “명백한 선거 개입 행위”라고 반발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50분간 차담회를 가졌다.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이 자리에 배석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대장동의 ‘대’ 자도 안 나왔다”며 “검찰이나 수사라는 얘기는 없었고, 단어 자체가 안 나왔다.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주제는 일절 안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가 경쟁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지난 24일 만난 것을 언급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주 좋았다”고 했다. 또 이 후보도 참여했던 2017년 대선을 언급하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됐다”고 했다. 이어 “겪어보니까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이더라”며 “정책을 통한 선의의 경쟁을 해주십사 한다. 이재명 후보께도 부탁 드리는 말씀이고, 또 다른 후보들께도 똑같은 당부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이후를 얘기하며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게 더 클 것 같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마음에 담아둔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제가 지난 대선 때 좀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2017년 민주당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을 공격한 일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1위 후보가 되니까 아시겠죠?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경제발전, 군사강국, 문화강국으로 자리 잡은 것은 다 문 대통령 노력 덕분”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란다” “전례 없는 높은 지지율 유지도 놀랍다”며 덕담을 건넸다. 그는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역사적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이철희 수석은 대장동 의혹, 부동산, 대북 문제 등에 대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면서 “농담 등 서로 편하게 대화했고 조금 무겁게 들릴 수 있는 얘기는 안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권 연장을 위한 잘 짜인 국민 기만극 한 편을 보는 듯했다”며 “친문 세력의 표가 다급한 이재명 후보에게 인증 이벤트를 열어줬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사실상 이 후보를 보호하라는 명확한 지시를 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안 그래도 검찰이 이재명 일병 구하기를 한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이 정도면 대놓고 봐주라는 것 아니냐”고 했고, 홍준표 의원은 “한 사람은 대장동 비리의 주범이고, 또 한 사람은 대장동 비리를 파헤쳐야 하는 최종 책임자”라며 “아주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오늘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이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를 덮어주고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신변 안전을 보장하는 뒷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오늘 만남은 묵시적 가이드라인이 되어 수사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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