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번이고 5·18 사죄" 노태우 아들, 2년전부터 부친 대신해 참배

정채빈 기자 2021. 10. 2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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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재헌씨가 지난 4월 21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부인 김옥숙 여사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장남 노재헌씨다.

노재헌씨는 “아버지의 뜻”이라며 ‘사죄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19년 8월 23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5·18 진압 책임론의 대상자로 지목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직계 가족 중 처음이었다.

재헌씨는 당시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가 2020년 5월 29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5·18 옛묘역)의 이한열 열사 묘소에서 참배하고 있다./뉴시스

다음 해 5월 29일에도 5·18 민주묘지를 찾은 재헌씨는 노 전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헌화했다. 해당 조화의 리본에는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 직접 오지 못하는 아버지의 뜻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뜻을 담아 사죄와 참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방명록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올해 4월에도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헌 씨는 지난해 6월 2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치유와 화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사과를 해야 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역사의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가해자 측에 있었던 분들의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는 역사에 대해 무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부분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병상에 누운 뒤부터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 오면서 참배를 하고 사죄의 행동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저한테도 고스란히 마음의 짐이 됐다”고 했다.

광주시민 항의에 고개 숙인 '노태우 아들'/연합뉴스

재헌씨는 올해 5월 25일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을 관람했다. 그가 관람한 연극 ‘애꾸눈 광대’는 5·18 항쟁에 참여했다가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 이지현씨의 자전적인 삶을 각색한 연극이다. 공연이 끝난 뒤 그는 객석 일부에서 터져 나오는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의 고성에 그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그는 “본의 아니게 소란을 일으키고 분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공연장을 나서며 “저도 연극을 보면서 그날의 아픔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지 가늠이 안 가지만,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광주의 예술인, 그걸 성원하는 많은 분이 계셔서 가슴이 먹먹했다”고도 했다.

노재헌 씨는 자신의 행보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에 대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이제 됐다’고 말씀하실 때까지 무릎 꿇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나 가능성은 1%도 없다”고 지난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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