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50억원 성과급 지출은 회계처리부터 잘못됐다 [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경향신문]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회사의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 회사는 2021년 2월 말까지 결산과 성과평가를 마치고 전임직원에게 월 급여의 일정 배수만큼의 성과급을 3월에 지급했다. 회사는 이 성과급을 2020년과 2021년 중 언제의 비용으로 인식하는 게 맞을까?
임직원은 2021년에 성과급을 수령했으므로 2021년의 소득으로 인식할 것이다. 실제로 소득세 신고도 2021년 기준으로 하면 된다. 회사 역시 2021년에 현금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2020년이다. 즉 회사는 2020년에 비용으로 회계처리해야 한다. 왜냐하면 2020년에 모든 임직원이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 수익이 발생한 것이니 그에 맞춰 비용 처리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이라고 한다. 수익과 비용은 같은 해에 맞춰져야 한다. 즉 비용이 투입된 해에 결과물인 수익도 발생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2021년 2월 말까지 결산과 성과평가를 마치면, 2020년 손익계산서에 성과급에 해당하는 급여를 비용으로 처리하고 재무상태표에 미지급비용이라는 부채를 증가시킨다. 즉 2020년의 수익에 대응하여 비용을 인식한 후 2021년에 지출될 돈을 부채로 잡는 셈이다.
실제로 많은 상장기업들이 연초에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성과급에 대한 회계처리는 직전 4분기에 반영한다. 그래서 연말 재무상태표를 보면 많은 기업들의 미지급비용 부채가 다른 분기보다 크게 잡혀 있다.
이번에는 퇴직급여 관련 회계 퀴즈를 풀어보자.
H회사에 7년간 근무했던 곽 대리는 2021년 3월에 퇴직을 했다. H회사는 그동안의 공로를 고려하여 무려 5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퇴직금에 대한 비용처리는 2020년일까, 2021년일까?
여기에서도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이 적용된다. 회사의 비용은 늘 수익에 맞춰 인식해야 한다. 2021년에 퇴사하는 시점 이후부터 더 이상 회사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지 않으니 비용 인식 자체가 불가능하다. 회사를 떠난 사람이 비용을 썼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회사는 직원이 재직하는 기간 동안 퇴직급여를 나누어 잡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2020년에 비용으로 인식한 퇴직급여가 1조3000억원인데 직원들이 퇴사해서 이 돈을 지급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모든 직원들에 대한 퇴직급여 1년치분을 비용으로 처리하고 같은 금액만큼 퇴직급여부채로 인식한다.
화천대유에서 7년차 대리급 직원에 대한 퇴직금을 50억원으로 지급하든 성과급으로 지급하든 회계처리부터 일단 맞지 않다. 2020년 재무제표의 어디를 둘러봐도 급여나 퇴직급여 같은 비용 증가분도 없고 부채 증가분도 없다. 물론 회사는 갑자기 직원이 3월에 퇴직해버려서 부리나케 성과급을 책정하고 이사회 승인을 받아 집행했다는 항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재무제표가 첨부된 감사보고서를 2021년 4월1일에 공시했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그 부분을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다.
회계처리가 잘못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지급에 대한 제반 요건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정말 다른 의도가 없는 순수한 근로에 대한 보상이었는지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 것이다. 자산가치 버블로 인해 노동의 소중한 가치가 점점 희석되는 시대에 50억원은 대부분의 시민에게 박탈감을 넘어 노동의욕을 떨어뜨리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박동흠 |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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