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만 해안선 200년 새 800m 당겨져"
[경향신문]
택리지 속 염전 위치 등 분석
16~18세기 서해안 0.6m ↑
“온난화 해수면 상승 대응을”
국내 연구진이 고문헌 분석과 시추 작업을 통해 조선시대 서해안의 넓이를 분석했더니 200여년 만에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800m나 밀린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최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이 재연되고 있는 만큼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6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남욱현 박사팀과 경북대, 카이스트(KAIST), 인하대,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이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500년대 초반부터 1700년대 중반에 걸쳐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해수면이 크게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해안선이 이 기간에 육지 쪽으로 800m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마린 지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이 이런 분석을 내놓은 근거는 염전의 위치다. 염전은 밀물이 도달하는 해안 끝자락에 만드는데, 1750년쯤 곰소만 염전의 위치가 1530년쯤에 비해 육지 쪽으로 크게 후퇴한 기록을 확인한 것이다. 이 분석에는 조선시대의 대표적 지리서인 <택리지>(1751)를 비롯해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지봉유설>(1614) 등이 활용됐다.
연구진은 곰소만과 거의 맞닿은 갈곡천 하류에서 시추 조사도 했다. 여기선 갯벌 흙이 공기에 노출돼 만들어진 오래된 토양이 발견됐다. 예전에는 해당 토양이 지표면의 일부였다는 증거인데, 해안선도 지금보다 육지에서 멀었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해 연구진은 1530년쯤 곰소만에선 바닷물이 밀물로 가장 높아졌을 때의 수위, 즉 ‘만조선’이 약 1.6m였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220년이 지난 1750년쯤에는 0.6m나 높아진 2.2m가 됐다고 봤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이 된 조선시대의 연간 해수면 상승폭이 지난 30년간 한반도 주변 해수면의 연간 상승폭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넓고 편평한 서해안에선 해수면이 조금만 높아져도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크게 밀리고, 사람의 생활공간을 바닷물이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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