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사죄 없이 떠난 노태우
[경향신문]
건강 악화로 투병 끝 89세로 사망
독재와 민주화 사이 ‘끼인 대통령’
유족 “과오 용서 바란다고 전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병세가 악화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오후 1시36분 사망했다. 향년 89세.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와 12·12군사쿠데타, 5·18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을 이끈 민주주의 배반사의 장본인이다. 동시에 민주화 열기에 떠밀린 6·29선언으로 민주화 시대 첫 장에 이름을 남긴 역설적 인물이다. 그의 사망으로 ‘1노3김’(노태우·김대중·김영삼·김종필)으로 상징되는 영욕의 현대사 등장인물들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1955년 육사를 졸업하고 임관했다. 육사 11기 동기 전씨와 1979년 12·12쿠데타와 이듬해 5·17내란을 주도했다. 5공화국에서 신군부 ‘하나회’의 핵심이자 2인자로 자리매김한 뒤 민주정의당(민정당) 대표를 지냈다. 민정당 대선 후보 당시 6·10민주화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는 6·29선언을 발표했다. 13대 대선에서 직선제 대통령에 당선됐다.
재임 기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고, 공산국가들과 수교를 맺는 북방정책을 폈다.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끄는 등 남북관계 진전에도 성과를 냈다. 이 같은 공은 민주화 탄압이라는 과에 가려졌다.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키면서 지역주의 정치가 강화됐다. 1997년 군사반란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후 그해 말 특별사면 및 복권됐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성명을 내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평소에 남기신 말씀”이라며 “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장례에 대해선 “국법에 따라 최대한 검소하게 해주시길 바라셨다”고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씨와 딸 소영씨, 아들 재헌씨가 있다. 빈소는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유정인·조문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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