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래과제 공감한 '문·이 회동' 정치중립은 계속 유의해야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50분간 차담회를 했다.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대선 후보를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던 관행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에 휘말린 이 후보를 만난 것 자체가 검찰을 향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동에 배석한 이철희 정무수석은 선거정국과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특히 “대장동의 ‘대(大)’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청와대는 향후에도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만남에서 “끝까지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역사적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주로 기후변화와 경제정책 등 미래 의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 수석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기후위기 대응은 선도적으로 해야 하며, 정부가 기업에만 맡겨놓지 말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부분에 공히 공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첫 만남에서 이 같은 미래 의제에 주목하고 공감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산불과 홍수가 잇따르는 등 재난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그간 대선판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진지한 토론은 실종되다시피 했다. 이날 만남을 계기로 기후위기 등 미래과제가 대선 의제로 주목받고 논의도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회동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았으며, 선거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의지와 능력을 의심받는 검찰의 행태에 비춰보면 야당의 지적이 터무니없는 공세로만 들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만큼 더욱 선거중립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는 향후 선출될 야당 대선 후보의 요청이 있을 경우 면담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치적 논란의 확산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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