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상대적 빈곤
[경향신문]
열흘 전인 지난 17일. 전국의 아침기온이 뚝 떨어지며 10월 중순으론 이례적인 한파 특보(한파 경보·주의보)가 발령됐다. 아침기온 1.3도를 기록한 서울은 2004년 이후 17년 만에 10월의 한파주의보라고 했다. 한파주의보 발령 기준 중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하강해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에 해당된다. 11월, 12월엔 영하 1, 2도의 최저기온이 되레 따뜻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요는 춥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상대빈곤율이라는 것이 있다. 인구 전체를 연간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소득을 중위소득이라고 하는데, 그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의 비율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누리는 일정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비율이다. 엊그제 한국의 상대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4번째로 높다는 씁쓸한 소식이 전해졌다. 코스타리카(20.5%), 미국(17.8%), 이스라엘(16.9%)에 이어 한국은 16.7%였다. OECD 평균인 11.1%보다 훨씬 높고, 덴마크(6.1%)나 아이슬란드(4.9%) 등 북유럽 국가와는 3배 가까운 차이다. 불과 두 세대 전만 해도 기아에 허덕이던 한국은 절대빈곤율을 빠르게 줄이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국가적 부의 축적은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OECD는 한국적 빈곤의 이유를 터무니없이 낮은 공공사회 복지비용과 이원적 노동시장으로 인한 불평등 확대라고 짚어왔다. 지난달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분석한 기사에서 “작품 속 살인 게임이 끔찍하다고 해도, 끝없는 빚에 시달려온 이들의 상황보다 얼마나 더 나쁘겠는가”라며 불평등의 민낯을 직격했다.
상대적 빈곤은 주변과 비교해 더욱 혹독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체감 빈곤’이라 말할 수 있다. 한국이 유엔 평가 국가행복지수에서 OECD 37개 회원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이라는 사실과 상대빈곤율 통계는 맥을 같이한다. <고르게 가난한 사회>라는 책에서 시사하듯, 탐욕을 극복한 나눔으로 고르게 가난한 사회, 그래서 고르게 행복한 사회가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 되었으면 한다.
송현숙 논설위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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