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前대통령 별세] "노태우, 꽉막힌 대북관계 물꼬.. 남북 경색 국면 전환해야"

김미경 2021. 10. 2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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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박동욱기자 fufus@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이슬기기자 9904sul@

외교 전문가들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외교'가 꽉 막혀 있던 대북관계를 푸는 단초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북방외교의 본의를 되찾는다면 다시 경색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남북관계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장인 강준영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북방정책을 시작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국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공산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북한을 제어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북방정책을 내세웠다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북방정책의 개념은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사회주의권 국가들을 통해 북한을 정상적 국가로 만들자는 게 본뜻"이라며 "북한이 북방정책 이후 핵 개발을 시작하면서 핵 무기를 억제하는 것으로 흐름이 바뀌고 본연의 의미가 변질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이 북방정책을 꺼내 들고 북방 국가들과의 사회·문화·경제·정치 등 다방면의 교류를 시작한 것은 상당히 획기적인 시도였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이후 들어선 정권에서도 그 연장선에서 북방외교를 추진했으나 북핵 문제가 계속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북방외교가 공회전을 거듭했다고 짚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부터는 북방외교가 경제분야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북방외교가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외교적으로 기능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북방정책은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북한을 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북방교류가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북한은 다른 데 뜻이 있다보니 협력이 잘 안되고, 우회로 개발에 실패했다"면서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형태의 북방교류를 하면서 북한과의 경색된 상황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북한이 협조를 잘 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북방정책을 해야 한다"면서 "훨씬 더 다양한 다자시대를 맞아 북방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면 북한의 정상화뿐 아니라 한국과 북방과의 직접교류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가 지속되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한반도의 평화, 공존을 위해서 협조하도록 발판을 만드는 데 북방정책의 본의를 찾는 길이라고 강 교수는 역설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김성환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당시 서울올림픽이 북방외교의 시작을 알렸다"면서 "1989년 헝가리와의 수교를 시작으로 1990년 당시 소련 등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이 같은 북방정책은 대북관계에서도 성과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방정책은 우리 외교에서 잊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북방외교는 당시 수교가 전혀 없던 사회주의 국가들과 수교를 맺음으로써 목표로 했던 성과를 이루고 완성된 셈"이라며 "다만 북한이 핵 개발을 하면서 다시 관계가 어그러진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해야 할 것은 북방외교에서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존재인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북한과 우리가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북한이 한국과는 경제나 평화를 논하더라도 핵 문제는 미국과 담판을 짓고 싶어한다. 러시아와 중국, 특히 북한의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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