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리호, 더 많은 관심과 지원 필요하다
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순수 우리기술로 개발한 로켓인 누리호가 발사되었다. 발표에 따르면 누리호의 위성모사체가 700km 고도 목표에는 도달했지만, 아쉽게도 3단에 장착된 액체엔진이 목표된 시간만큼 연소되지 못해 궤도에는 안착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의 주요 비행성능을 확인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하였다.
이번 발사 이후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규명하여 내년 5월 예정되어 있는 2차 발사성능 검증을 준비한다고 한다.
누리호 또는 KSLV-II(Korea Space Launch Vehicle-II; 한국형발사체-II)는 대한민국 최초의 저궤도 실용위성 발사용 로켓으로 '한국형 발사체'라 한동안 불리다가 공모전을 통해 명칭이 '우주까지 세상을 개척한다' 의미로 '누리호'로 결정되었다. 자국의 위성을 원하는 때에 우주로 발사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우주발사체가 필요한데 이번 발사를 통해 우리는 자국의 기술로 1톤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7대 우주강국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애쓰고 땀 흘린 항공우주연구원, 학계, 300개가 넘는 국내 산업체 분들의 노고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며 응원을 보낸다.
필자는 누리호 발사를 보면서 ICT 분야 정부출연연구원의 연구원으로서 감회가 새로웠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사람, 사물, 공간 등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동력이 된다. 수집된 데이터는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주개발은 연결의 범위를 지상을 넘어서 우주까지 확장하게 한다. 연결범위를 넓힐 뿐만 아니라 더 정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지상에서의 연결을 통해 글로벌 강자가 된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이 우주사업을 자신들의 새로운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전력을 다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들은 연결의 힘을 익히 알고 광고, 전자상거래, 전기차 등 사업에 연결의 힘을 접목하여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기업들이다.
그러니 우주시대에서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새로운 서비스 환경에서도 그 영향력을 더욱 키워나가려고 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6G 시대에서는 연결의 범위가 우주까지 확장되면서 초정밀 측위기반의 자율주행 플라잉카, 위성 클라우드 서비스, 우주인터넷, 사각지대 없는 글로벌 통신서비스 등과 같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면 그 동안 우리나라가 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해 다른 나라에 지불했던 수백억 원의 발사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위성을 발사해줌으로써 경제적인 수익을 거둬 우리나라 우주사업에 재투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우주발사체 독자 개발은 이와 같은 경제적·산업적 측면에서도 의의가 크지만 관련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해 국가안보와도 직결된 전략산업이 될 것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의 시설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원할 때 자유롭게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은 우주시대를 여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자립을 이루는 것이다. 우주개발은 경제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되어가고 있다.
누리호 개발 프로젝트는 2010년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12년의 세월 동안 관련 정책을 지속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산·학·연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없었으면 오늘날의 이런 성과는 이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주는 미래의 기회공간으로서 세계 강국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발사를 통해 우리는 우주 개발 경쟁에 당당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우리의 우주항공기술과 ICT를 융합한다면 지구시대의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우주시대에서는 선도자(First Mover)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누리호 발사 후, 정부는 브리핑에서 "한 걸음 남았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욱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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