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장례식장에선 별일이 다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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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이란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 친구, 그리고 세상과 작별하는 곳이다.
누구나 한 번은 가야 할 곳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되도록 멀리 하고 싶은 장소다.
이런 저자의 시선이 통과하는 순간 장례식장은 어둡고 무겁고 슬픈 장소에서 가볍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세계로 변모한다.
책은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별별 일들을 담은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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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펴냄
장례식장이란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 친구, 그리고 세상과 작별하는 곳이다. 누구나 한 번은 가야 할 곳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되도록 멀리 하고 싶은 장소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곳은 직장이고, 삶의 대부분이 펼쳐지는 배경이다. 저자는 장례식장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20대 청년이다. 매일 시신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도 낙천적 인생관을 잃지않는 젊은이다. 자신을 '아무 생각 없는 뚱보 오타쿠'라고 칭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현재의 삶에서 기쁨을 찾는다. 이런 저자의 시선이 통과하는 순간 장례식장은 어둡고 무겁고 슬픈 장소에서 가볍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세계로 변모한다.
저자는 장례식장에서도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가 "내 가족이 죽었는데 너는 반갑냐"라는 타박을 받는다. 어두운 새벽녘 순찰을 돌다가 "나 좀 도와줘"라고 붙드는 여자의 손을 무서워 뿌리치고 도망쳤다가 다음 날 쓰레기 치우는 할머니로부터 '버르장머리 없는 청년'이라는 꾸지람을 듣는다. 저자는 독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으스스한 괴담들도 들려준다. 죽은 시신의 장례를 정성들여 치러줬더니 보답처럼 위패 앞에 세 개의 숫자가 쓰인 종이가 놓여 있었다. 그게 로또 3등 번호였다. 편의점 창가에 스친 여자애의 얼굴이 낯익어서 떠올려 보니 안치실 관속에 누워 있던 그 얼굴이었다는 실화들을 소개한다.
57편에 달하는 짧은 이야기는 블랙 유머와 인생 교훈이 교차하는 철학 에세이에 가깝다. 그 속에는 웃음과 눈물도 있고 부조리한 체험들도 담겨있다. 비용을 아끼려고 유골함조차 생략한 채 과자통을 가져와 "아버지 유골은 여기에 담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아들도 있었다. 시체 안치 냉동고로 옮겨지던 아버지가 기적적으로 숨을 쉬며 살아나자 기뻐하지 않는 유족의 이야기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책은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별별 일들을 담은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원래 대만 유명 사이트에 인기리에 연재되던 '장례식장 직원의 별별 사건'을 모아서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대만에서는 출간 즉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죽음에 관한 최고의 블랙 유머"라는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장례지도사가 들려주는 죽음과 삶의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인생의 페이소스를 진하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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