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는 불안정?..인터넷 먹통되자 "카드 결제 안돼" 아우성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내부 장애로 멈춰선 지난 25일 정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식당을 찾은 소비자 A씨는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을 먹고 결제하려는데 인터넷 오류 때문에 식당 카드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
식당 직원에게 계좌이체를 해준다고 말했지만, 그마저도 실패였다. KT 고객인 A씨의 스마트폰 역시 '먹통'이었기 때문이다. 현금이 없었던 A씨는 결국 식당 직원에게 명함을 건네고 외상으로 가게 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KT가 인터넷 서비스 오류를 일으킨 이날 전국 각지에서 속속 드러난 건 '현금 없는 사회'의 단면이다. '현금 없는 사회'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각종 금융 업무가 전산화돼 실질적인 현금 이동이 없어진 사회를 의미한다.
지폐나 동전을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줄었다는 장점이 있고,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지갑도 카드지갑 형태로 많이 변화했다. 여기에 삼성페이 등 간편 결제 방식까지 대중화되자 아예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 소비자도 대거 생겨났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21일 국회 정무위 소속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전국에서 1만1212개의 자동화기기(ATM)가 사라졌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국에 있었던 ATM 개수는 4만3710개인데 올해 8월 말 기준 3만2498개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은행 점포 역시 775곳이 문을 닫았는데 소비자들의 현금 실수요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60대 이상 소비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이용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3.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과 금융권이 '간편성'에만 주력하다 보니 소외계층의 접근성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장 현금 결제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이미 현금 없는 매장을 시범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스위스 대형 금융그룹 UBS사가 지난 2018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소비자 거래에서 현금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젊은 세대일수록, 또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거주할수록 간편 결제를 더 선호한다고 판단한다"며 "취약계층의 소비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금융권에서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꾸자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동수 의원은 이와 관련, "금융 선진국은 고령층 금융 소외를 '경제적 학대'로 인식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며 "금융 분야 기술 혁신 속도가 가속화되면 고령자의 금융정보 접근한계와 금융서비스 소외 문제가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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