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켜진 4% 성장] '미중갈등·공급망붕괴·인플레' 3대악재 내년에도 韓경제 발목
공급망마비도 기업실적에 영향
유가상승땐 인플레 장기화될듯
미국과 중국간 갈등 고조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등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3대 불안 요인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지난 3분기에 수출부문 호조에도 기대이하인 0.3%의 성장에 그쳐 향후 경기전망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먼저 미·중 경제패권 다툼의 경우 대만을 중심으로 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유엔 합법지위 회복 50주년 기념회의' 연설에서 "유엔에서 합법적인 중국의 대표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인정한 것은 중국 인민의 승리이자 세계 만국 인민의 승리"라며, 대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하게 천명했다.
미국은 최근 대만 측과의 회담에서 국제연합(UN)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기후협약 등에 대만이 참여하는 것을 지지했다.
앞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4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을 통해 고율 관세 유지를 비롯한 대중 무역 압박 정책의 틀을 변경하지 않겠다며, 중국에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의무를 지키라고 압박했다.
미중 양국은 2019년 12월 관세 난타전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2020∼2021년 2년에 걸쳐 중국이 미국에서 2000억 달러(약 237조원) 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도록 하는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경제패권 다툼과 맞물리면서 양국 모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양국은 우리나라의 수출 1, 2위 국가다. 미·중 갈등 구조가 악화한다면 대외의존형 한국 경제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타격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마비도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에너지난으로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고 여기에 물류까지 마비되면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이다.
이와 관련, 미국 수입 물류의 40%가 오가는 LA항과 롱비치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4시간 가동 지시에도 여전히 적체 현상이 지속되는 중이다. 미국화물운송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8만명 이상 트럭 운송기사가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고 독일의 상공회의소협회는 지난 8월 독일 기업 43%가 공급망 마비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장쑤성과 저장성, 광둥성 등에서는 석탄 가격 상승으로 전력 사용이 제한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광둥성 15만개의 업체들이 에너지부족으로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새로운 위협요인을 반영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0%에서 5.9%로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급망 마비에 국제유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 주최로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공급망 병목이 더 길어질 위험성이 분명해졌다. 이는 더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 부족과 높은 인플레이션은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갈 것 같다.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인플레이션 저지를 위해 유류세 인하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을 돌파할 경우 유류세 인하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북반구의 겨울 한파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현재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8월 20일 배럴 당 65.18달러에서 이달 25일 85.17달러를 기록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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