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겪는 일본 마코 공주, 예식도 없이 결혼.."무서웠다"
"고무로 노(No)!"
26일 일본에는 색다른 시위가 있었습니다. 왕실 공주의 결혼에 반대하는 100여 명이 도쿄 거리에 쏟아져 나왔는데요.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인 마코 공주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 "일본인 93%, 축복 안 해"…예식 없이 왕실 떠난 공주
이날 마코 공주가 결혼했습니다. 상대는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에서 만나 교제한 고무로 게이라는 30살 동갑내기입니다. 따로 결혼식은 안 했습니다. 대신 왕실 사무를 보는 궁내청이 이 둘의 혼인 신고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냈습니다. 서류만으로 결혼한 셈입니다. 일단 도쿄에서 지내지만, 곧 미국 뉴욕으로 신혼살림을 옮겨갈 예정입니다.
마코는 남편 성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고무로 마코'로 바꿨습니다. 그 길로 일반인이 됐고 왕실을 떠났습니다.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하면 왕적을 박탈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정착할 때 쓰라고 15억 원 정도 지원하는데, 마코가 안 받겠다고 해 이 일시금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아사히 신문 계열의 주간지 아에라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둘의 결혼을 축복할 마음이 없다"는 응답자가 93.3%에 달했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듯 둘은 따로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마코는 "(언론에) 잘못된 사실이 사실처럼 보도돼 근거 없는 이야기로 번질 때 무섭고 슬펐다"고 직접 입을 열었습니다.
■ 모친 의혹 받은 '국민 사위'에 '혼테크' 비난까지
남의 결혼에 무슨 오지랖인가 싶지만, 왕실을 향한 일본인들의 애정은 남다릅니다. 4년 전 마코가 약혼자를 공개했을 때 반응은 지금과 정반대 의미에서 폭발적이었습니다. 약혼자 게이가 일반인이라선데요. 당시 게이는 도쿄에 있는 법률사무소 '오쿠노 & 파트너스'에서 변호사 일을 보조하던 직원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은 "마코다운 소탈한 선택"이라며 게이를 '국민 사위'로 응원했습니다.
그렇게 응원하던 일본인들이 한순간 돌아섰습니다. 2017년 9월 약혼 발표를 하고 석 달이 지나 게이 모친의 돈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게이 아버지가 숨지고 어머니가 교제한 남성에게서 400만엔, 우리 돈 4천여만 원을 빌린 뒤 안 갚았다는 의혹인데요. 모자가 이 돈을 왕실로부터 빌리려 했다는 주장이 파다했습니다. 결혼하면 나올 일시금 15억 원을 노리고 마코와 결혼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습니다.
■ "왕실 찬스로 약혼자 로스쿨?"…PTSD 겪은 마코
이 둘은 이듬해 2월 결혼을 미룬다고 발표했고, 반년 후 게이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의혹은 끝없이 따라붙었습니다. 게이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포담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JD) 과정을 밟았는데요. 왜 도망치듯 갔는지, 그가 입학할 자격은 됐는지, 장학금은 어떻게 받았는지, 모든 것에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게이가 아직 미국에 있던 지난해 마코 아버지인 후미히토 왕세제는 이 결혼을 다시 인정했습니다. 정작 일본인들이 못마땅해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게이가 공부를 마치고 지난달 말 귀국할 때 묶은 긴 머리조차 볼썽사나워했습니다. 26일 시위에서도 "도피성 결혼, 의혹은 안 풀렸다", "왕실을 이용하는 것은 용납 못 한다"며 반대가 극렬했습니다.
지난 5월 학위를 받은 게이는 여름에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인데, 이미 기업법에 특화된 뉴욕 소재 로펌에 사실상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코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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