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없는 한·미 '종전선언' 협의, 한미동맹 결속력 약화..방증 우려
'적대시 정책 철폐는 결국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노 본부장은 "지속적 대북 관여가 필요하다는 맥락에서도 종전선언은 의미가 있다"며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이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 측 입장과도 부합한다"며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연속성·지속성을 만들어나간다는 의미, 그리고 북측과의 대화 재개라는 실질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의 메시지 등을 통해 종전선언에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적대 정책·이중기준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건 상황이다.
북한도 선결조건을 내세운 만큼 사실상 '지금은 종전선언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관심이 없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사실상 한·미 간 '종전선언'에 대한 실질적 진척이 없어 임기 내 종전선언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며 "유엔 무대까지 활용, 추진했던 종전선언이 동맹국 미국도 설득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약화 신호만 주게 됐다"고 우려했다.
올해 김정은과 시진핑 간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70주년을 맞아 축전을 주고받는 등 북·중동맹이 강화와 대비되며, 한·미동맹 약화와 북·중동맹 강화는 한국의 외교안보적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연구원은 이어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싶은 정책과 동맹국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국이 관심을 갖는 ‘종선선언’과 같은 정책에 협력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꺼리고 쿼드 동참도 불편해하면서 종전선언만 내세우는 것은 동맹국의 다른 시각을 외부에 노출 안보역량을 낮추는 것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반 연구원은 "종전선언이 영구적 평화의 시작일까"라고 반문하며 "종전선언은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어 주는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이 만들어져야 그나마 한반도 안보역학이 변화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주장했다.
반 전임연구원은 이어 "물론 평화협정도 평화체제를 담보해주지는 못한다. 지금까지 행태를 보면 북한이 평화협정을 얼마나 준수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라며 "종전선언을 '새로운 질서'라고 치장하는 것은 과도한 성격규정이다. 과도한 성격규정은 ‘과장된 기대’ 때문인지 아니면 ‘냉철한 안보적 판단’인지 중간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성 김 대표 발언의 행간을 읽어보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바이든 정부의 기본적 정책과 원칙'을 명확히 하고 한국정부와도 굳이 각을 세우기보다는 '한국과의 관계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과의 대화 재개나 북한문제 관리의 역할을 한국정부에게 일부 맡기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면서 "바이든은 북한 문제에 투여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웬만한 북한의 도발은 전략적으로 인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이 증가하는 상황은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동결을 우선 목표로 하는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조야에서도 '종전선언'과 관련 근본적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VOA(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의 최근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도발'로 규정하면서 유엔안보리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이 같은 불안정한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준비가 되어있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문재인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여러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한 '인도주의 분야'를 다루기 위해 협력할 준비를 할 것이라는 조바이든 정부의 변화없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했다.
VOA는 이어 미국의 미사일전문가를 인용,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탄미사일(SLBM) 시험발사 이후 360도 전방위 탐지와 방어능력이 부족한 한국이 다각화되는 북한의 공격력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언 월리엄스 전략국제연구소 CSIC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의 시험발사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가정하에 '지상발사 KN-23 미사일'을 콜드론칭 방식으로 개량하고 고체연료 기반 SLBM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큰 진전과 위협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북한이 소형화되고 사거리가 짧은 SLBM에 주력한다는 것은 중소형잠수함에도 비교적 많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역내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공격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언 부국장은 이어 "이런 미사일은 작전 관점에서 볼 때 동해상에 상시 배치될 것이고 전쟁이 발발하면 즉각적인 공격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라면서 "사드나 패트리어트 등 미국과 한국의 방어체계를 무력화하고 분산시키기 위해 도로나 철도, 잠수함 등 발사플랫폼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SLBM이 판세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아직 미국을 위협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역부족이며 사실상 주요 표적인 한국은 방어역량을 더 강화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360도 감시 레이더 도입과 대잠수함작전에 초점을 맞춘 감시장비 도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의 "적대정책" 철폐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관련 미 전직관리들은 해묵은 주장으로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을 끝내라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북한의 호전적인 수사와 행동이 적대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실체 없는 주장을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증언도 있었다.
미국의 전직관리인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시아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적대시정책 주장은 '전술적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북한은 협상에 진전이 없을 때 항상 '적대시 정책 철폐를 주장'하다가 막상 원하는 것을 얻거나 협상에 진전이 있으면 되면 그런말을 하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적대시 정책을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는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결국 한·미동맹 종식으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이어 에반스 전 차관보는 "북한 관리들은 한·미동맹을 끊고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만이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수년 동안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백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도 "북한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는 '단기적 목표는 제재완화' '장기적 목표는 한·미동맹을 해체'와 한반도 내 우세한 위치를 차지해 한국의 대규모 양보 원조와 현금, 식량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노 본부장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 구상을 제시 후,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대면·유선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노 본부장은 지난 24일에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성 김 대표와 만나 종전선언 등을 논의했지만 최근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 문안' 협의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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