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단계적 청산
직원 희망퇴직 실시, 노조 측 "졸속 청산"
씨티은행 모든 상품 신규가입 중단 예정
기존 보유 상품은 만기 해지전까지 유지
전체매각 의사 밝힌 금융사 없어
한국씨티은행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한국씨티은행 본사인 씨티그룹은 4월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 사업을 4개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 내 13개국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한국씨티은행은 고객 보호와 직원 이익 보호를 우선으로 두고 소비자사업부문 매각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한 전체매각 수용 의사를 밝힌 금융사가 없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융시장 환경의 구조적 변화 등 전통적 소비자금융 사업이 처한 어려운 영업 환경, 직원의 고임금 구조, 매각에 대한 노조의 반발 등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향후 노동조합과 협의해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잔류를 희망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들은 은행 내 재배치 등 고용안정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진행함에 있어 관련 법규와 당국 조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며 “향후 기업금융 사업부문에 보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 측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씨티은행의 무책임한 소비자금융 졸속 청산 결정을 결사 반대한다”며 “총파업을 불사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또 “한국씨티은행 경영진은 씨티그룹 본사에 한국 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유지를 설득해 200만 이상의 고객 보호와 소비자금융 소속 2500명 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객 보호와 고용 안정을 위한 노력은 시늉만 하고 결국 가장 손쉬운 방법인 졸속 청산을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이로써 한국씨티은행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 신규 가입은 조만간 중단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존 고객이 보유한 계좌와 상품은 계약 만기 또는 해지 전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또 추가 안내가 있을 때까지 영업점, 모바일·인터넷뱅킹, 콜센터, 현금자동입출금(ATM)기, 제휴 ATM 등 기존 서비스를 변경 없이 제공한다.
신용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등 모든 대출은 만기까지 약정된 조건으로 유지되며 11월 1일부터 중도상환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예·적금 상품 역시 만기까지 유지할 수 있으며,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지급된다.
주택청약예금·부금 계좌는 유지되며, 상품 특성상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는 게 불가능하다. 장기 미사용 예금 계좌(휴면 예금)는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안전하게 해지하는 게 좋다.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신용카드도 표시된 유효기간까지 사용하면 된다. 상품 혜택이나 부가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 씨티카드, 신세계 씨티 아시아나 카드, 갤러리아 씨티카드 프레스티지 등 제휴카드의 경우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신규 신청이 지속된다.
유 행장은 “고객과의 기존 계약은 계약 만기나 해지 시점까지 정상적으로 유지되며 그때까지 금융서비스를 차질 없이 제공할 것”이라며 “단계적 폐지가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관련 법규와 절차를 준수하고 감독 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조치명령의 발동여부와 구체적인 내용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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