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콩고지도 만들어 구호 길 터..봉사는 제 몫이자 의무죠"

박현익 기자 입력 2021. 10. 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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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권은진 구글코리아 유튜브 콘텐츠 파트너십 매니저
학창시절 받은 도움 손길 가슴에 간직
대학생때부터 국내·외 넘나들며 봉사
구글 입사후엔 '서브' 이끌며 사회공헌
비대면 나눔 '걷기 기부 챌린지' 기획도
인문학 통해 '공동선' '사랑' 깊이 이해
생각·현실 일치하는 삶 위해 노력할것
권은진 구글 유튜브 콘텐츠 파트너십 매니저 /권욱 기자
[서울경제]

“신기하게도 좌절할 때마다 주변에 항상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제가 진 빚을 다른 분들께 갚는 게 제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은진(31) 유튜브 콘텐츠 파트너십 매니저는 봉사 전도사다. 대학 학부 시절부터 국내·해외를 넘나들며 500시간이 넘는 봉사 활동을 했고 구글에 입사한 뒤로도 자선단체인 ‘구글닷오알지’, 지역 연계 봉사 프로그램인 ‘구글서브’에서 활동하며 사회 공헌에 힘쓰고 있다. 구글의 모든 직원은 구글서브를 통해 1년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하는 시간을 갖는데 권 매니저는 5년째 국내 구글 직원들의 구글서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대면 봉사 활동이 어려워지자 국제 구호 개발 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걷기 기부 챌린지’라는 비대면 봉사 활동을 기획하기도 했다. 걷기 챌린지에는 구글 임직원과 가족 185명이 참여했고 걸음 수와 매칭된 기부금은 저소득 조부모 가정에 사용됐다.

◇참고서 한 권 사기도 어려웠던 학생 시절=권 매니저는 “제가 특별히 숭고한 인류애를 품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그저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의 따스함을 먹고 자란 만큼 당연히 나눠 가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 매니저는 어릴 적 넉넉하지 않은 생활 형편에 참고서 하나 사는 것도 망설이며 공부를 해야 했다. 참고서 한 권을 10~15번씩 보며 외울 지경이 됐을 때 새 책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권 매니저는 어려운 시기를 겪는 동안 매번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은인들이 있었고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권 매니저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익명으로 ‘권은진 학생한테 전달해 달라’며 행정실에 돈을 맡기고 가신 분이 있었다”며 “대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밥을 굶은 적도 있는데 책에 돈을 끼워 넣어 주신 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여기며 항상 감사하게 살고 있다”며 “처음부터 손에 가득 쥐고 시작한 인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가진 것들을 새로운 씨앗으로 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매니저는 그가 사회 공헌 활동에 힘쓰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100명의 사람들이 있다면 100가지 삶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존재한다는 생각, 그에 기반해 여러 삶의 방식을 귀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 때문”이라며 “그래서 제가 실천하고 해낼 수 있는 범위에서 소중한 삶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애써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기술로 더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봉사 활동은 그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생 때 필리핀에서 했던 해비타트가 계기였다. 2주일가량 빈민가에서 집을 짓는 봉사 활동이었는데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같이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팠다고 한다. 권 매니저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하루는 굴삭기가 오더니 순식간에 사람들이 온종일 파낸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파내더라”면서 “새삼 기술이 가진 힘이 크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면 기술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에 입사한 권 매니저는 기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국경없는의사회와 손잡고 디지털 지도를 만드는 ‘매파톤’을 진행했다. 오픈 소스 지도인 ‘오픈스트리트맵’을 활용해 봉사자들이 위성사진을 보고 지도에 없는 건물과 길 등을 채워 넣는 활동이다. 권 매니저는 “콩고공화국 지도를 한 땀 한 땀 그리는 작업을 했다”며 “아프리카 등 지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의사·간호사 분들이 긴급 구호 활동을 가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권 매니저가 바쁜 회사일을 하면서 사회 공헌 활동까지 병행할 수 있는 것은 구글의 ‘20%룰’ 덕분이다. 20%룰은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20%를 주 업무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는 “구글에서는 20%룰에 따른 활동에 시간을 쓴 것도 성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딴짓을 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매니저들이 내가 하는 20%룰 관련 프로젝트에 아낌없이 응원해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20% 프로젝트는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활동”이라며 “다섯 명의 20%가 모여서 100%를 만들듯 결국 이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일을 같이 해내는 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권은진 구글 유튜브 콘텐츠 파트너십 매니저

◇인문학 관심, 자신만의 전공 설계로 이어져=봉사와 함께 권 매니저를 가장 잘 나타내는 또 다른 키워드가 ‘인문학’이다. 처음 인문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부산의 ‘인디고 서원’이라는 인문학 서점에서였다. ‘공동선이란 무엇인가’ ‘삶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들을 고민하고 공유하는 서점 행사에 참여하며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권 매니저는 “그때 인문학을 처음 맛봤고 인문학이 가진 길라잡이의 매력을 느꼈다”며 “동시에 내가 제대로 답을 못했던 ‘이렇게 살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실제 실천하는 것에 무게를 두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권 매니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9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해 ‘인문소통학’이라는 자신만의 전공을 만들었다. ‘학생설계전공’이라는 제도를 통해 원하는 주제·방향에 맞춰 커리큘럼을 직접 설계하고 이수한 것이다. 인문소통학은 문학·역사·철학 등 각종 인문학을 아우르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권 매니저는 “특히 자유전공학부에 있는 ‘주제탐구세미나’라는 수업이 제게 많은 영감을 줬는데 예를 들어 ‘사랑’ ‘생명’이라는 주제를 주면 여러 학문의 각도로 이해하고 표현해보는 수업”이라며 “고고학·과학·철학·서양학 등에서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주제탐구세미나 수업을 듣고 나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가질 때 도움을 주는 조교 역할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굳혔다”며 “이후 다양한 시각으로 인간을 볼 수 있는 인문소통학을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인문소통학 통해 끊임없이 가치 탐구”=인문소통학은 말 그대로 인문학과 소통학으로 나뉜다. 권 매니저는 “인문학에서는 핵심 논점을 찾고 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할 수 있다”며 “실제 이러한 부분이 구글에 있으면서 광고 마케팅 업무를 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마케팅은 광고를 얼마에 팔 것인지 정하는 ‘입찰’과 해당 광고를 누구에게 전달할지와 관련한 ‘타기팅’, 어떤 콘텐츠로 광고 영상을 보여줄지에 대한 ‘광고 소재’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권 매니저는 “광고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분야가 광고 소재”라며 “다른 두 분야는 데이터와 기술로 해결할 수 있지만 광고 소재는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브랜드가 만나고 싶은 소비자가 누구인지 등을 판단하는 데 인문학을 전공했던 기초 체력이 꽤 유용했다”고 했다.

다른 한 축인 소통학은 인문학을 통해 이해한 내용들을 광고주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데 가치를 발휘했다. “지난 2017년 경북 영양군에서 열린 ‘고추아가씨’라는 행사가 열렸을 때였어요. 디지털 영상 광고가 막 확산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당시에는 왜 유튜브에 광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역 상인분들을 상대로 ‘아무도 지하철 광고를 보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옥외 광고와 달리 유튜브 광고는 사람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략은 주효했고 디지털 광고를 시작한 분들이 하나둘 늘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권 매니저는 “항상 의미를 묻고 가치를 찾는 모습이 실무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생각·삶 괴리는 불행···일치시키는 삶 위해 노력”=권 매니저는 두 가지 고민을 마음 속에 품으며 산다. 하나가 ‘이 삶을 어떤 시선과 태도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시선과 태도를 가진 삶은 실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다. 권 매니저는 “이런 제 고민과 맞닿은 개념이 철학자 미셸 푸코의 ‘자기 배려’라는 개념”이라며 “내가 누구인지 면밀히 살펴서 이를 실제 말로 전하고 삶에서 실천한다는 의미인데 끊임없는 자기 발견과 자기 혁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실제 삶에서 괴리가 클수록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며 “푸코의 철학처럼 내 색을 잃지 않고 생각과 말을 현실로 만들어 가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삶의 지침으로 삼을 단어를 찾기 위해 철학자들의 묘비나 삶을 탐구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것이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첫 구절에 나오는 세 가지 열망이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다. 권 매니저는 “실제 내 삶의 동력이 된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이 비슷한 말로 구성돼 있다”며 “나의 세 가지 열망은 ‘몰입과 쾌감’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과 감탄’ ‘사람에 대한 사랑과 공명’”이라고 전했다. 권 매니저는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공부라든지, 등산, 업무 등 항상 달라지겠지만 어떤 대상을 대하는 데 있어 깊이 몰입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내 삶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또 항상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 사람 얘기를 듣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게 나를 이루는 중요한 특성 중 하나라 자각하며 살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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