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마이네임' 박희순, 섹시하게 무너뜨린 클리셰
배우 스스로 완성해낸 인생작·인생캐다. 그야말로 배우하기 나름인 결과물. 배우 박희순(52)이 탄생시킨 '마이네임' 최무진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김진민 감독)'이 캐릭터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첫 공개 후 다소 뻔한 스토리와 전반적으로 90년대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올드한 연출이 혹평 포인트로 꼽혔지만, 배우들이 소화해낸 캐릭터들은 '오로지 연기력으로 클리셰를 깨부쉈다'는 호평을 이끌어 내면서 '캐릭터 맛집'으로 살아남은 케이스가 됐다.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으로 주목도를 높였고, 홍일점 주인공으로 활약을 펼친 한소희를 비롯해 박희순 김상호 안보현 이학주 장률 등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여성 원톱 느와르'라는 장르적 흥미로움 속 돋보이는 존재감을 발휘한 인물은 단연 박희순이 연기한 최무진이다. 주어진 기회에 당연하게 잘해내야 했던 한소희도 기특하지만, 일찍이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박희순에게 지독한 클리셰를 발판으로 신선한 강렬함을 선사받을 것이라고는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섹시한 미중년'의 수식어가 이번에는 박희순의 이름 앞에 붙었다.
'국내 최대 마약 조직 동천파 보스'라는 캐릭터 설정은 '안 봐도 뻔한 역할'로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박희순이 아니었다면 실제로 그렇게 등장할 수 있는 캐릭터인 것도 맞다. 하지만 박희순은 속을 알 수 없는 냉혹한 분위기를 기본으로 거칠면서도 다정한 면모를 내비치는 한편,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과 쌓아올린 감정을 터뜨리는 한 방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공감대를 높였다.
끝내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캐릭터의 상황을 이해하게 만든 것 역시 배우의 연기력으로 비롯된 반응이다. 특히 최근 온라인상에서 앞만 보고, 혹은 사랑만 보고 직진하는 냉혈한 남성 캐릭터의 밈 현상에 '마이네임' 최무진도 충분히 어필될만한 조건을 갖췄다. 20대 젊은층까지 사로잡은 인기는 최무진을 넘어 배우 박희순 본체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성 떼주물 중심의 조폭 느와르 영화가 아님에도 느와르 감성 캐릭터로 한 획을 그었다는건 그 자체로 고무적인 성과다. '세븐데이즈' '마녀' 등 그간 여성 중심 영화에서 조력자로 함께 한 박희순의 필모그래피도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도 호재다. 넷플릭스를 타고 공개되면 일단 국내외 인기 순위에 오르는 K-콘텐트의 대세 바람은 모든걸 더 좋아보이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20여 년의 세월동안 큰 사건 사고없이 연기 인생을 걸었다. 로맨스 코믹 드라마 액션 등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맡은 바 최고의 본업을 보였다. 차곡차곡 쌓은 내공은 반드시 터지기 마련. 박희순은 인터뷰에서 "이 작품으로 '섹시하다'는 칭찬을 다 듣게 됐다. 무진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이미 컸겠지만 감독님도 무진의 멋짐과 섹시함을 요청했다. 조금은 해낸 것 같아 다행이다"며 미소지었다.
현장에서는 훈훈한 선배로 감독의 큰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김진민 감독은 "나로서는 박희순 배우와 함께 작업을 했다는 것이 너무 큰 행운이었다. 연기할 땐 집중력과 자기 생각을 던져내는 힘이 매우 좋았고, 젊은 배우들과 어울려 팀워크를 다지는데도 큰 역할을 해줬다. 한소희가 서운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의 수훈갑은 박희순이다"고 아낌없는 고마움을 표했다.
박희순은 차기 행보로 쉼없는 '열일 '활동을 잇는다. 또 다른 OTT 플랫폼인 Apple TV+의 한국 첫 오리지널 시리즈 'Dr. 브레인'과 촬영을 마친 영화 '경관의 피', 그리고 넷플릭스 '모범가족'이 준비 돼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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