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개방·토지공개념 도입..'진보적' 경제정책 평가도 [노태우 사망]
[경향신문]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등을 계기로 한국이 본격적인 시장 개방에 나선 시기이자, 연평균 10% 안팎의 고도성장이 이어지던 호황기였다.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2%에 달하는 기록적 성장을 달성했다. 그는 토지공개념 도입에 강한 의지를 밝히며 입법을 추진해 일각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노 전 대통령 시절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자유화’와 ‘개방화’가 급물살을 탔다. 1988년 12월 5일 외환 및 금리자유화가 시행됐다.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금리에 대한 직접규제를 철폐하고 금리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시장 개방이 이뤄지면서 1988년 외국계 보험사 합작사 및 현지법인도 허용됐다. 또 ‘자본시장 국제화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1992년 1월에는 외국인에게 국내 주식시장의 빗장을 열었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12.0%, 7.1%, 9.9%, 10.8%, 6.2%을 기록했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발전한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됐다. 1988년 수출은 600억 달러를 돌파했고, 1989년 한국은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올라섰다. 주식시장도 호황의 수혜를 누리면서 1988년말 코스피 종가는 907.2로 1년새 73% 상승했다.
군사정부를 이어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진보적 경제정책’을 펼친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대표적 진보 정치학자로 꼽히는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2017년 경향신문과의 퇴임 인터뷰에서 “군사독재의 연장선에 있었지만 토지공개념이라는 역대 가장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만든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한 것이 노태우 정부 시절이다. 1980년대 후반 들어 3저(저금리·저물가·원화 약세) 호황의 여파로 부동산에 투기 열풍이 불자, 노 전 대통령은 △택지초과소유부담금제 △개발이익환수제 △토지초과이득세를 골자로 하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다. 토지를 일종의 공공재로 본다는 취지였다. 다만 토지공개념은 재산권 침해와 시장기능 왜곡 등을 이유로 헌재로부터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사실상 사장됐다.
수도권 신도시도 노 전 대통령 시절의 부동산 정책이다. 1988년 한 해에만 서울 집값이 24% 치솟자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5곳에 1기 신도시 개발에 착수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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