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사퇴 외압 논란, 대장동 배임 수사 변수되나
[경향신문]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인 황무성씨가 2015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사퇴를 종용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인사 외압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윗선 지시에 의한 압박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장동판 ‘블랙리스트’가 될 소지는 물론, 개발 특혜 의혹도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황 전 사장의 임면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황 전 사장의 사임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황 전 사장과 유한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본부장이 2015년 2월6일 나눈 대화 녹취록을 보면, 유 전 본부장은 황씨에게 사퇴를 종용하며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시장님 얘깁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의 사직서 제출이 이재명 당시 시장의 뜻이라는 취지다.
황 전 사장은 한 달 뒤 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2013년 9월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 사장으로 부임한지 1년6개월 만으로, 3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공사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사장 직무대행에 오른 유동규 전 본부장이 이 과정을 진두 지휘했다.
‘메신저’로는 유한기 전 본부장이 나섰지만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40분에 걸친 황 전 사장과의 대화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거론했다. 황 전 사장이 “정 실장이나 유동규가 직접 (사표 내라는) 말은 못하겠고”라고 하자, 유한기 전 본부장은 “(나보고) 당신이 데려왔으면 당신이(해결하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했고”라고 말했다. 정진상 당시 성남시장 정책실장(현 이재명 후보 캠프 비서실 부실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에 대한 사퇴 종용을 지시했다는 얘기다. 실제 40분간의 대화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은 12번, 정 전 실장은 8번 거론된다. 정 전 실장은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공사의 실세라는 의미로 ‘유원’이라 불렸지만, 직책으로는 황 전 사장의 부하직원이다. 측근인 정 전 실장이 관여했다면 성남시 산하기관장의 임면권자인 이재명 후보와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전날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해 이 후보와 정 전 실장의 이메일 기록을 확보했다.
당사자들은 관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정 전 실장은 “누구와도 황 사장 거취문제를 의논하지 않았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황 전 사장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왜 그만두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검찰도 사퇴 과정의 외압 여부를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전날 이 후보와 유동규·유한기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등을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이 지사 등이 권한을 남용해 임기가 남은 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부하직원들에게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의 사표를 받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일괄 사표 제출 요구가 장관의 인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황 전 사장의 사퇴 외압 의혹은 검찰의 배임 혐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성남도시공사에서는 수익 배분 등 대장동 사업 전반에 대한 설계가 이뤄졌다. 공사 내부에서는 공사의 수익 확보, 초과이익 발생시 환수 등의 의견이 제시됐지만,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를 묵살했다. 황 전 사장의 사퇴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사업 설계를 지휘했고, 그 결과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벌어들였다. 황 전 사장 사퇴에 성남시청 윗선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가 배임죄 공범의 범위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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