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사퇴 외압 논란, 대장동 배임 수사 변수되나

이효상 기자 2021. 10. 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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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의회를 방문하며 지지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인 황무성씨가 2015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사퇴를 종용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인사 외압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윗선 지시에 의한 압박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장동판 ‘블랙리스트’가 될 소지는 물론, 개발 특혜 의혹도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황 전 사장의 임면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황 전 사장의 사임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황 전 사장과 유한기 전 성남도시공사 개발본부장이 2015년 2월6일 나눈 대화 녹취록을 보면, 유 전 본부장은 황씨에게 사퇴를 종용하며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시장님 얘깁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의 사직서 제출이 이재명 당시 시장의 뜻이라는 취지다.

황 전 사장은 한 달 뒤 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2013년 9월 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 사장으로 부임한지 1년6개월 만으로, 3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공사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사장 직무대행에 오른 유동규 전 본부장이 이 과정을 진두 지휘했다.

‘메신저’로는 유한기 전 본부장이 나섰지만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40분에 걸친 황 전 사장과의 대화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거론했다. 황 전 사장이 “정 실장이나 유동규가 직접 (사표 내라는) 말은 못하겠고”라고 하자, 유한기 전 본부장은 “(나보고) 당신이 데려왔으면 당신이(해결하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했고”라고 말했다. 정진상 당시 성남시장 정책실장(현 이재명 후보 캠프 비서실 부실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에 대한 사퇴 종용을 지시했다는 얘기다. 실제 40분간의 대화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은 12번, 정 전 실장은 8번 거론된다. 정 전 실장은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공사의 실세라는 의미로 ‘유원’이라 불렸지만, 직책으로는 황 전 사장의 부하직원이다. 측근인 정 전 실장이 관여했다면 성남시 산하기관장의 임면권자인 이재명 후보와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전날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해 이 후보와 정 전 실장의 이메일 기록을 확보했다.

당사자들은 관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정 전 실장은 “누구와도 황 사장 거취문제를 의논하지 않았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황 전 사장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왜 그만두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당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검찰도 사퇴 과정의 외압 여부를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전날 이 후보와 유동규·유한기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등을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로 고발했다. 이 지사 등이 권한을 남용해 임기가 남은 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부하직원들에게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의 사표를 받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일괄 사표 제출 요구가 장관의 인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황 전 사장의 사퇴 외압 의혹은 검찰의 배임 혐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성남도시공사에서는 수익 배분 등 대장동 사업 전반에 대한 설계가 이뤄졌다. 공사 내부에서는 공사의 수익 확보, 초과이익 발생시 환수 등의 의견이 제시됐지만,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를 묵살했다. 황 전 사장의 사퇴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사업 설계를 지휘했고, 그 결과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벌어들였다. 황 전 사장 사퇴에 성남시청 윗선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가 배임죄 공범의 범위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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