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게도, '스우파' 우승팀이 어디일지는 그리 궁금하지 않다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1. 10. 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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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파' 가비와 허니제이, 각기 다른 댄서의 심장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Mnet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많은 화제 속에 사랑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스우파>를 통해 TV에서 볼 수 없는 혹은 스타의 뒤에 가려진 댄서들의 세계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멋진가를 느꼈을 것이다.

한편 <스우파>는 일정한 시청률이 보장되는 흔하디흔해진 오디션 음악예능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 경연이기도 했다. 대스타도 없고,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를 동반한 화려한 무대도 아니지만, <스우파>는 여성 크루 댄서들의 춤만으로도 화면을 찢고도 남았다.

그녀들의 멋진 춤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Mnet 특유 악마의 편집으로도 막지 못한 경쟁자들 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서로에 대한 환호와 격려 같은 것도 이 프로의 잔재미였다. <스우파>는 또 각 크루의 리더와 멤버들까지 굉장히 많은 댄서들이 주목을 받았다. 트렌디한 유머감각을 갖춘 훅의 아이키는 이미 출연 전부터 스타였지만, 초반부는 프라우드먼의 모니카와 립제이를 통해 이 프로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또 웨이비의 노제가 보여준 도발이나 원트의 리더 효진초이의 인간적인 리더십 역시 인상 깊었다. 이후 중반부터는 팬덤들이 갈리면서 각 크루의 리더와 댄서들이 고루 사랑받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허니뱅의 허니제이와 라치카의 가비는 각기 다른 유니크한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허니제이와 가비는 이미 인정받은 안무가이자 댄서지만 두 사람의 감각은 확실히 다르다. 허니제이의 댄서로서의 심장이 멋이라면, 가비의 댄서로의 심장은 열정 쪽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스우파>를 통해 그들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확실히 알렸다.

허니제이가 이끄는 홀리뱅의 매력은 메가크루 미션에서 도드라졌다. 그녀는 커다란 구성에서 절도 있게 떨어지는 춤의 감각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특별히 구성이 화려하고, 포장지가 화려하지 않지만, 홀리뱅은 그냥 멋있는 춤이었다. 맨 오브 우먼 미션에서도 박재범을 특별히 포장하지 않고, 그냥 남성 댄서 중 한 명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어진 남자와 여자가 하나로 어우러진 절도 있는 스트릿 댄스 무대를 보여주었다. 그 춤이 대중들의 높은 선택을 받으면서 홀리뱅은 계속해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허니제이는 이처럼 멋진 홀리뱅의 무대를 만들어냈지만 그녀 자체는 전형적인 감독 선생님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늘 이랬다 저랬다 고민하고 방황하고 구시렁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의도치 않게 솔직하고 힙해 보이면서 어느새 허니제이는 <스우파>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가 됐다.

K팝 안무의 최강자 가비가 이끄는 라치카는 미션에서 아쉽게도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라치카의 무대는 멋졌지만 너무 매끈하게 다듬어진 음악프로 무대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더구나 <스우파> 자체가 K팝 안무 이상의 매력을 원했다. 물론 맨 오브 우먼 미션의 <Born this way> 무대처럼 그녀가 팀원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면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가비 개인은 방송 초반에 보여준 땋은 머리 돌리는 헤어콥터와 바지 벗기 해프닝으로 스우파의 빌런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가비는 초반의 해프닝 때문에 굉장히 '쎈 언니' 캐릭터가 강했지만, 이후 수많은 미션을 거치면서 그녀의 발랄하고, 뜨겁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인터뷰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가비의 눈물이나 웃음 섞인 코멘트, 또 약자를 위한 메시지 전달은 언제나 진심으로 느껴졌다. 가비의 코멘트 자체가 그녀의 유쾌하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춤처럼 보였을 정도였다.

마지막 방송을 남겨둔 <스우파>에서 홀리뱅은 상위권으로 라치카는 또다시 배틀을 거쳐 가장 최하위로 파이널미션에 올라갔다. 훅과 코가N버터 또한 맨 오브 우먼 미션에서 보여준 영리한 아이디어와 예술적인 변신으로 마지막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파이널을 남겨놓은 지금 <스우파>는 희한하게 우승팀이 어디일지는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다. <스우파>에서는 파이널에 올라간 팀들, 또 프라우드먼이나 YGX를 포함 아쉽게 탈락한 팀들의 댄서들까지 모두 제각각 한 번 이상의 정점을 찍었다.

무대 뒤에 숨어 있던 에너지 넘치는 댄서들이 모였다. 그리고 같은 춤이 아닌 각기 다른 춤으로 지금껏 TV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왁킹, 힙합 등 스트릿 댄스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었다. 그 무대의 관객으로 몰입해 몸은 삐걱거려도 마음만은 댄서로 만들어 준 즐거운 시간이었으니, <스우파>는 경연보다는 축제 같은 예능이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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