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골프장은 되고 노래방·목욕탕은 안돼..백신패스 논란 여전
정부가 오는 11월 시작할 단계적 일상회복과 함께 도입을 검토 중인 백신패스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백신패스는 백신 미접종자의 일부 고위험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다.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란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5일 공개한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 중 백신패스와 관련한 내용이 있는데 일각에선 복잡하단 지적과 차별적 요인이 있어 부당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등 일부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백신 미접종자는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정부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백신패스와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류근혁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26일 "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취지는 일단 기본적으로 접종완료자의 일상회복을 지원한다는 측면이 있고, 이 외에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도와 위중증률, 치명률이 높은 미접종자를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일부 다중시설에 대해 한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검토 중인) 시설은 약 13만개로, 전체 다중이용시설의 6% 수준으로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류 차관은 또 "특히 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경우 18세 미만은 제외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접종자 사이에선 백신패스가 예방접종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고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차별이란 목소리가 크다.
또 비교적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 중 PC방은 이용 제한이 없고 노래연습장은 백신패스를 적용하는 등 기준이 애매하단 의견도 있다. 목욕탕은 백신패스가 적용되는데 골프장 등 실외 체육시설의 샤워실은 미접종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단 점도 의아하단 평가가 있다.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더라도 음성확인서 효력이 48시간만 인정되기 때문에 미접종자가 백신패스 적용 시설을 이용하려면 매번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접종증명·음성확인제는 기본적으로 예방접종을 완료하지 않거나 혹은 PCR 음성확인서 등이 없으면 시설의 이용 자체를 차단하는 다소 규제적인 정책"이라며 "이에 따라 접종증명·음성확인제 도입은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한으로 한다는 원칙을 갖고 위험도가 높은 시설과 취약한 분들이 같이 계신 취약시설, 그리고 대규모 행사 등에 한정적, 한시적으로 도입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접종자에게 백신패스와 같은 효력을 주는 의사 소견서의 발급 기준도 이해하기 어렵단 의견이 있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부작용이 있을 경우 의사 진료에 따라 소견서를 받으면 미접종자도 백신패스 적용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단 방침이다.
18세 이상 성인 중 10월 중순 이후 2차 접종을 받은 사람은 오는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과 동시에 백신패스를 사용할 수 없어 접종 순서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손 반장은 "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현장에서 안착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자체(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정 기간을 계도 및 홍보 기간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패스가 제도적으로 차별적 요인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도입하는 조치인데 미접종자를 더 설득해 이해를 구해야 하고 대안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백신패스 적용 시설에 대해 기준이 애매하단 지적도 일리가 있다"며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인 만큼 시행 기간 동안 국민과 보다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또 "특히 단계적 일상회복과 함께 추진해야 할 보건의료 체계 정상화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점도 아쉽다"며 "일상회복이 가능하려면 의료 체계 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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