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중 온실가스 농도, 경제활동 둔화에도 '사상 최고치'
[경향신문]
지난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석 연료를 무한정으로 계속 사용한다면 지구 온도가 2100년쯤 4도 이상 오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17차 연례 온실가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보다 2.5ppm 증가한 413.2ppm을 기록했다. 이는 산업화 이전 농도의 149%에 달하는 수준이며 지난 10년 평균 상승치를 넘어서는 수치다. WMO는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제 활동 둔화로 지난해 화석연료 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약 5.6% 줄었음에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메탄과 아산화질소 농도도 높아져 최근 10년간 평균 증가 속도를 상회했다. 온실가스는 주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를 가리킨다. 메탄은 산업화 이전보다 2배 이상(262%) 증가한 1889ppb, 아산화질소는 산업화 이전 농도의 123%인 333.2ppb로 집계됐다.
WMO는 그동안 온실가스 농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된 화석연료 연소나 시멘트 생산 이외의 요인들이 언급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 등 자연계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능력이 손상되고 있다고 것이다. 최근 10년간 사람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46%는 대기에 축적됐으며 육지(31%)와 바다(23%)가 나머지 절반 이상을 흡수했다.
보고서는 또 삼림 벌채와 토지 사용 변화로 최근 10년간(2010~2019년) 매년 평균 5.7Gt(기가톤) 규모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된다고 밝혔다. 아마존 열대 우림은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했지만 현재 벌채, 산불 등으로 오히려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WMO는 세계가 화석 연료를 무한정으로 계속 사용한다면 지구 온도는 2100년쯤 4도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발간됐다. 파리협정에 서명한 200여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현재 각국의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16%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파트리시아 에스피노사 사무총장은 “온도 목표(2030년까지 1.5도 상승)를 넘어서면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적게 기여한 사람들에게 불안정한 세계와 끝없는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왕립 네덜란드 기상 연구소는 이날 자체 연구와 지난 8월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보고서를 토대로 한 최신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지 않으면 네덜란드 해수면이 이전 예측보다 더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소는 만약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네덜란드 해안지대의 해수면이 2100년까지 1.2m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구소는 2014년에는 1m 올라갈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특히 연구소는 만약 남극 지역 만년설이 더 빨리 녹는다면 해수면이 2100년까지 2m 상승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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