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한국사 수업 102→80시간 축소 방안에 "현대사 못 배운다"

김지은 2021. 10. 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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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2 개정교육과정 제시
현장 교사·역사교육 단체들 반발
"국영수와 달리 필수학점 이상 수업 못할 것"
"국정화 파동 뒤 만든 역사교육 체제 헛수고"
지난 22일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제공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의 한국사 수업 시수를 감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부족한 수업 시간으로 인해 학생들이 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교육부가 개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관련해 2025년 도입될 고교학점제 등을 전제로 한 교과목 체제가 논의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사 시수가 현행 교육과정에서의 6단위(1단위는 주당 1시간씩 한 학기 17주 수업)에서 5학점(1학점은 주당 1시간씩 한 학기 16주 수업)으로 축소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존에는 3년간 총 102시간(6×17)의 수업이 확보됐지만, 고교학점제로 바뀌어서 5학점 체제가 되면 80시간(5×16)으로 수업 시간이 22시간가량 줄어든다.

역사교육 전문가들은 수업 시수가 줄어들 경우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고등학교 역사교육의 뒷부분인 현대사를 제대로 배우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시계열상으로 중학교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이전, 고등학교는 근현대사로 역사교육을 편성했다. 하지만 만약 고등학교의 과정이 일방적으로 감축되면 현대사 부분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과정 연구진은 <한겨레>에 “주요 과목들을 모두 2학점씩 줄인 가운데 한국사는 필요성을 인정해 1학점만 줄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수능 핵심 과목으로 꼽히는 국어·영어·수학과 달리, 한국사는 필수 이수 학점이 정해지면 그 이상 수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전 회장인 조한경 시흥능곡교 교사는 “실제로 국·영·수는 필수 이수 학점이 있어도 현장에서 그 2∼3배의 수업을 하게 되지만, 한국사는 최소 이수 학점만 교육하게 된다”며 “교육과정 개발자들은 학교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역사 수업을 5학점 이상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다른 과목 교사들과 분쟁이 생길 것이고 분쟁을 원치 않는 학교가 이를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정 연구진은 또 “대신 한국사 외에도 다른 역사 관련 탐구 과목들을 통해서 학생들의 흥미를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역사 교육계에서는 이 역시 “선택과목은 세계사나 동아시아사 관련 과목들이라 설득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선택권 강화에 초점을 맞추려다 기초교과 영역이 약화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역사교육연구회·역사교육학회·역사와교육학회·웅진사학회·한국역사교육학회 등 역사교육 단체들은 교육부에 의견서를 제출해 “고교학점제의 국외 사례에서도 자국사 교육에서 한국 이상으로 시수를 보장하고 있다”며 “특히 현재의 역사교육 체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동을 겪은 뒤 충실한 자국사 교육을 위해 중·고를 연계해서 만든 것이다. 이런 교육의 성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수를 감축한다면 그간 역사교육을 위한 노력이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아직 총론을 확정하기까지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의 내용이 나중에 발표할 최종안과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청회 이후에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하고 있고, 심의회 등 소통 절차가 충분히 남아있기에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이번 공청회에서는 사회교과의 일반선택 과목을 현재의 9개(사회문화·한국지리·세계지리·동아시아사·세계사·생활과 윤리·윤리와 사상·경제·정치와 법)에서 4개로 줄이고 나머지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도 제시돼, 각 과목별로 한동안 이를 둘러싼 문제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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