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레이, LG의 '이집트 왕자'가 될까
[스포츠경향]
그 동안 많은 국가의 외국인 선수들이 KBL을 누볐다. 그 중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은 극히 드물었다. 올루미데 오예데지(나이지리아)를 필두로 아터 마족(수단), 벤 음발라(카메룬) 같은 선수들이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다. 이 중 오예데지 정도를 제외하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선수들은 없다.
이번 시즌 창원 LG의 새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아셈 마레이(29)는 국적이 이집트로, 오랜만에 KBL에 등장한 아프리카 출신 선수다. LG는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마레이의 활약만큼은 오예데지를 능가할 정도로 눈부시다.
마레이는 지난 25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경기에서 30점·16리바운드의 무시무시한 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73-66 승리를 이끌었다. 마레이는 앞서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서도 팀이 패하긴 했지만 30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다.
마레이의 집안은 농구 집안이다. 특히 아버지 아흐메드 마레이는 이집트 농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4년부터 이집트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마레이는 늦게 두각을 나타냈다. 2010년 이집트에서 프로 데뷔를 했는데 이듬해 농구를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이후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18~2019시즌 터키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리그에서 뛰다가 적응에 실패하며 다시 터키로 돌아가 시즌을 마무리했다.
마레이가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것은 전적으로 아내 때문이었다. LG 관계자는 “마레이의 아내가 미국 사람이다. 지난 시즌 마레이가 터키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는데, 당시 아내가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를 낳으려고 했는데, 당시 코로나19로 미국 입국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터키에 머물고 있던 와중 우리와 접촉을 하게 됐다. 마레이는 무엇보다 아내가 출산을 안전하게 할 수 있고 가족과 잘 지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레이는 LG와 계약한 뒤 KBL과 LG를 제외한 다른 9개 구단의 동의 하에 당초 합류 예정일보다 2주 정도 일찍 들어왔다. 아내의 안전한 출산을 위해서였다. 마레이의 아내는 최근 건강하게 둘째를 낳았다.
마레이는 강력한 리바운드 능력을 앞세워 LG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2시즌 동안 활약한 캐디 라렌(KT)도 분명 좋은 선수였지만, 조성원 LG 감독은 보다 골밑에서 힘을 줄 수 있는 선수를 원했다. 이미 유럽 시절부터 리바운드에는 정평이 나 있었던 마레이는 KBL에서도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7경기를 치르며 평균 13.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 라건아(KCC·13.0개)를 제치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공격리바운드의 비중이 무려 6.7개에 달해 압도적인 1위다. 덕분에 LG는 무수한 세컨드 득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슛거리가 짧고 자유투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과감하게 슛을 시도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2대2 플레이에 능한 이재도, 이관희와의 호흡이 조금씩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개막 4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LG는 최근 3경기에서는 2승1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마레이가 LG의 ‘이집트 왕자’가 되어가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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