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 "어른 오시니 내려가야" 文 "그간 고생 많아"..화기애애 50분(종합)

靑서 차담 회동..기념촬영 후 李 "가보로 간직할 것"
이재명, 전두환 기념식수 언급하며 "심은 사람 특이한 분"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어른이 오시는데 (제가) 내려가야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6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계단 위에서 먼저 와 기다리다가 멀리서 녹지원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고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 후보 측 면담 요청에 따라 이 후보를 이날 청와대로 초청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나눴다. 이 후보가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지 16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흰 셔츠에 짙은 남색 정장차림이었고, 이 후보는 흰 셔츠에 검은 정장을 차려 입었다. 두 사람 모두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이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다가서자 문 대통령은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 후보는 "감사합니다. 건강 괜찮으시죠?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여러 차례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이 경선 과정을 염두에 둔 듯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아닙니다. 원래 하던 일인데요"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는) 처음이냐"고 묻자 이 후보는 "네, 회의 때문에 몇 차례 와서 인사드리기는 했는데 여기(상춘재)는 올 일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약간 특별한 곳"이라며 설명을 이어가자 이 후보는 "너무 감사하다. 건물도 너무 예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청와대 경내에 심어진 백송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백송이 아주 특이하게 생겼는데, 심은 사람이 좀 특이한 분이시더군요"라며 웃었다.

이 후보가 언급한 백송은 1983년 식목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심은 소나무다. 전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을 옹호한 야당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상춘재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 후보는 "가보로 간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담 장소로 이동해 착석한 뒤 문 대통령이 이 후보의 대선 후보 선출을 축하하면서 "그동안 대통령으로서, 경기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끌어왔는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라고 말하자 이 후보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라고 거들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번 차담에는 청와대에서 이철희 정무수석이 배석하고 당이나 이 후보 측에서는 자리하지 않았다. 이 수석에 따르면 차담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주로 가벼운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목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었다"며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며 편하게 화답했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0%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가리켜 "우리 민주정치사에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 전례 없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 놀랍다"고 감탄했고, 문 대통령은 웃으며 "다행입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에 뵀을 때에 비해 얼굴이 좋아졌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는 피곤이 누적돼서 도저히 회복되지 않는다"며 "현재도 이 하나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일종의 극한 직업이라 체력 안배도 잘해야 되고,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차담을 마무리하고 나와 가벼운 환담을 나누면서 비서동까지 같이 걸어간 후 회동을 시작한지 약 50분만에 헤어졌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