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유죄 판결' 경비협회 임원, '적반하장' 피해자 해고에 맞고소까지

민서영 기자 2021. 10. 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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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성 직원을 성추행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한국경비협회 임원이 피해자인 직원을 해고하고 맞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상담을 맡아온 기관이 협회 측에 가해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요청했지만 협회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경비협회의 임원인 A씨는 2017년 12월 지방협회에서 경리로 근무하던 B씨를 성추행했다. A씨는 B씨가 여러 번 거절했는데도 “남자 직원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사무실에 들르게 한 뒤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후 B씨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우고 이동하던 중 B씨의 손을 잡고 주무르듯 만지며 “손이 어쩜 이렇게 부드럽냐. 애기같다”고 하고, B씨가 손을 빼자 손깍지를 껴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2019년 4월 A씨를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2월 A씨에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으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협회 이사회에 이사 대리로 참석하던 A씨가 경리 직원이던 B씨에게 위력을 가할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항소하고 상고했지만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의 상담을 맡아온 기관이 협회 측에 A씨 대한 징계조치를 요청했지만 협회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지금도 협회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오히려 A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9년 12월 임원에 취임한 직후 B씨를 해고했다. A씨는 B씨가 자판기 잔돈을 횡령했다며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은 “A씨가 구두로 점심값에 보태쓰라고 했던 돈”이라며 “성추행으로 고소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방협회가 ‘5인 미만 사업장’이란 이유로 B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A씨는 성추행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후 B씨를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역시 자판기 대금을 횡령을 문제삼았다. 경찰은 최근 이에 대해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B씨는 현재 불면증과 우울증, 수면장애, 소화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경비협회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 “중앙위원회에서 회의를 열어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단법인 한국경비협회는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원·경호원이 되기 위한 사람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 이수증을 발급하는 기관이다. 정관에 따라 감사결과를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경찰청장은 임원의 탄핵을 요구할 수 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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