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가시나요?" 물으면 "백두까지요"라고 답한다

2021. 10. 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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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에서 백두까지] 4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아시럽(Asirope)대륙을 가로지르며 달릴 열차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이 될 부산역에서 출발하였다. 통일의병을 비롯한 시민사회 본부 등 많은 시민단체가 20여 명 한라에서 백두까지 걸음에 같이해주었다. 조헌정 목사가 성명서를 낭독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통일대행진의 바통을 이어가자!"

자주·평화·통일을 향한 민심이 대하를 이루고 있다. 엄동설한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호소하는 청와대 릴레이 1인 시위가 이어졌으며, 한여름 폭염을 뚫고 남북철도를 잇기 위한 전국대행진이 무려 100일간 이어졌다. 강원도 고성에서 강화도에 이르는 400킬로미터 국제평화대행진에 눈물겨운 땀방울이 모아졌다. 아흐레 만에 10만 명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회청원에 동의했다. 절박한 민심을 반영하여 시작된 국가보안법 폐지 한반도평화대행진이 전국을 진감했다.

오늘 우리는 이 모든 염원과 헌신을 담아 ‘평화의 바통’을 이어 달린다. 10월 20일 한라산 백록담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11월 7일 임진각까지 이어질 것이며, 휴전선 철책을 넘어 민족의 성산 백두영봉에 다다를 것이다. 남과 북이 온전히 하나 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겨레의 염원을 안고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평화를 위하여, 통일을 위하여!

달리는 민심의 간절한 호소는 오직 이것 하나뿐이다.

"남북정상합의 이행하라!"

이어서 시민사회본부의 최성식 대표의 "한라에서 백두까지 됐나?", "됐다.", "종전협정 됐나?", "됐다.", "자주, 평화, 통일 됐나?", "됐다." 부산식 구호를 외치며 부산 시내를 행진하였다. 연도에 지나가는 시민이 "어디까지 가시나요?" 물으면 "백두까지요"라고 답하니 환호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여럿이 함께 하느라 시간은 지체하였지만 벤드 웨곤 효과는 만점이었다.

"힘 내세요!" 시민들의 응원의 한 마디에 힘이 저절로 불끈 솟아오르고, 주먹이 쥐어지면서 팔뚝의 핏줄이 돋아났다. 서면을 지나 낙동강 자전거 길을 따라 달렸다. 갈대가 무성하고 물비늘이 햇빛에 반짝이는 가을 강변에는 주말을 맞아 자전거 동호회와 많은 시민들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양산의 물금을 지나 밀양, 삼랑진을 거쳐 소싸움과 감으로 유명한 청도에 도착했다. 중간의 물금의 역사가 인상적이었다. 물금은 신라와 가락국의 국경 도시로 일종의 평화 중립구역이었다. 이 도시의 백성들이 불편을 겪어 두 나라 대표가 모여 의논하기를 이 도시만큼은 금하지 말자고 합의를 보았다. 피 터지는 전쟁 중에도 이 도시는 평화의 숨구멍이었다. 개성과 파주를 평화 중립구역으로 평화의 숨구멍은 있어야 한다.

가을 갈대밭을 푸른 햇살을 받으며 달리니 무언가로부터, 혹은 나 스스로 억압했던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같은 자유를 느낀다. 열을 받아 비명을 지르며 터져야 비로소 제 맛을 내는 팝콘같이 가을 이곳에서 햇살 받아 비명을 지르며 속의 것을 터뜨려버리고 나면 나도 제 맛을 낼 것 같다. 밝은 하늘 빈 들판 억세어진 가슴 활짝 열고 달리면 들꽃은 해맑게 웃으며 맞으리! 풀잎은 기쁨에 넘쳐 춤추리! 푸른 하늘 푸른 들판이 맞붙은 희망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리!

이곳에서 푸른 하늘, 푸른 햇살 받아 팝콘 같이 터진 가슴 안고 통일의 들판을 맘껏 달리고 싶다. 내친김에 휴전선을 훌쩍 뛰어넘어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하고 백두산까지 달려가고 싶다. 발걸음 늦어져도 동행이 있고 내 수고를 덜어주려 가쁜 호흡 마다치 않고 함께하여 주어 몸과 마음 가벼워지니 나 신선이 듯싶어라.

슬픈 현실이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변해간다는 것이다. 새 옷도 금방 싫증이 나고 사랑의 맹세조차도 변한다. 물도 흐르고 구름도 흐르고 바람도 흐른다. 아무것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 바람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고, 모래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사랑도 명예도……. 영원할 것 같던 제국도 소멸하고 말았다. 그런데 70여 년이 흘러도 남북 간의 불신과 미움은 변치 않으니, 아! 아! 슬프도다.

그러나 나는 지금 동쪽에서 세계의 질서를 뒤바꾸어 놓을 큰바람이 묻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고무되어 있다. 

▲통일의병을 비롯한 시민사회 본부 등 많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강명구
▲통일의병을 비롯한 시민사회 본부 등 많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강명구
▲가운데가 필자 강명구 ⓒ강명구
▲가운데가 필자 강명구 ⓒ강명구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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