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재의 현장에서] 공매도, 현상은 복잡한데 논쟁은 단순

2021. 10. 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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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vs -6%.'

지난 5월 한국에서 공매도가 재개된 시점부터 미국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의 변동률을 나타낸 수치다.

금융 당국은 지난 5월 공매도의 코스피200, 코스닥150 부분 재개하면서 개인의 공매도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의 시스템을 내놨지만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개인투자자 중 공매도 사전 교육에 참여한 개인은 약 4만명뿐이다.

최근 코스피가 조정장에 들어서면서 개인투자자의 반발심리는 공매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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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vs -6%.’

지난 5월 한국에서 공매도가 재개된 시점부터 미국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의 변동률을 나타낸 수치다. 물론 미국 주식시장과 코스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15%포인트의 차이는 무시할 수만은 없는 수치다.

일부 개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을 ‘개미들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데는 공매도 영향이 크다. 공매도란 주식이나 채권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뜻한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제도에 반발하는 이유는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과의 상환기간 차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개인 투자자는 최장 60일 안에 상환해야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상환 요구 시’에만 갚으면 된다.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에는 기한 제한이 없다.

개인과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량 차이도 크다. 금융 당국은 지난 5월 공매도의 코스피200, 코스닥150 부분 재개하면서 개인의 공매도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의 시스템을 내놨지만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개인투자자 중 공매도 사전 교육에 참여한 개인은 약 4만명뿐이다. 또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공매도 거래의 약 80%를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에 대해 금융 당국은 ‘공매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6월과 9월 각각 내놓은 점검자료에서 ‘공매도와 주가 간 유의미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개인투자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주식 대여기간을 90일 이상으로 늘리고, 연장도 가능하게 했다.

최근 코스피가 조정장에 들어서면서 개인투자자의 반발심리는 공매도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공매도 폐지 요구가 ‘삼수’ 중이다. 공매도 폐지 청원은 앞서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20만명 이상 동의했으나 청와대가 “순기능이 있어 폐지가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도 같은 청원이 재차 올라온 상황이고 현재 약 6만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문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1000만 동학개미’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매도 폐지 발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야당 대권주자가 주장하고 있지만 공매도 폐지 공약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현재 여당의 대권주자가 언급한 바 있다. 여야 모두 일단 ‘지르기’식으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주가가 과열되는 것을 막아주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순기능이 있다고 언급한다.

공매도라는 현상은 복잡한데 논쟁은 단순하게 굴러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공매도 폐지나 제한을 요구하고, 금융 당국에선 공매도의 필요성에만 공감하는 온도 차는 개인투자자의 반발만 가중시킨다. 이미 금융 당국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더라도 개미의 오해를 제대로 푼 뒤 실상에 맞는 정책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금융 당국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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