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00년 고쳐 쓰면 어떠냐"..김헌동 SH사장 후보 '구설'

유엄식 기자 2021. 10. 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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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21대 초선 국회의원 부동산재산 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 영형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아파트를 100년 고쳐 쓰면 어떤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산하 주택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후보로 낙점해 내달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개혁본부장의 과거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강남권에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오 시장 생각과 궤를 같이 하지만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은 완전히 다른 견해를 나타내서다.

여의도 등 시내 주요 노후 단지 재건축을 통해 스피드 주택공급을 강조한 오 시장과 달리 김 전 본부장은 재건축이 집값 불안의 불쏘시개가 됐고, 최대한 규제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취임 후 '엇박자' 우려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김 전 본부장이 최근 주거 트렌드 변화를 전혀 읽지 못하고, 반대 논리는 무조건 틀리다는 '외골수' 성향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강조, 재건축 부정적 견해..오세훈표 주택정책과 충돌 가능성도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전 본부장은 최근 한 부동산 전문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도심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면 주변 집값이 상승하는 부작용만 나타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9500여 가구로 단일 아파트 중 국내 최대 규모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재건축과 관련 "81년 전두환 정권 시기에 1500만원에 분양한 가락시영 아파트인데 재건축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8억원에 분양(전용 84㎡)돼 지금 시세가 20억원에 육박한다"며 "6000가구 아파트가 9000가구 이상으로 늘어났는데 가격이 떨어졌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그냥 가락시영으로 놔뒀으면 그만큼 오르지 않았는데, 박원순 전 시장이 토지 용지를 3종 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면서 재건축이 진행돼 엄청난 거품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본부장은 당시 토론 상대였던 이종원 아포유 대표가 "헬리오시티 입주 시기 대규모 공급으로 주변 전셋값이 안정됐고, 이런 규모의 공급이 지속됐다면 지금처럼 서울 시내 집값이 급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된다"고 반박했다.

김 전 본부장은 정부도 인정한 도심 주택공급 부족 현상에 대해서도 "거짓 논리"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1인 가구가 많아져 수요가 늘었다고 핑계를 대는데 그게 다 숫자 놀음"이라며 "지금보다 공급량이 적고 20년 동안 서울 1000만 인구에 큰 변화가 없고 주택물량은 많아졌는데 무슨 공급이 부족한가. 이명박 정부 때는 도심에 공급해도 미분양이 많았다"고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불안 심리가 새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지금과 서울 인구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새아파트 비중도 비슷했던 2010년~2015에는 아파트값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2010년은 지금보다 서울에 아파트 숫자가 적었는데 왜 직전에 14억원이 넘었던 은마 아파트가 한때 8억원으로 떨어졌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2010년~2015년 주택 가격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선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고,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하고 강남에 공공이 30평대 아파트를 3억원대에 분양하니 2015년까지 다른 수요자들이 가격이 떨어질까봐 겁이 나서 안샀기 때문"이라며 "노무현 정부 때 강남 30평 아파트를 7억원대 산 사람들이 반값으로 분양하니 손해를 본 사람이 100만명이 되니 집을 안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본부장은 지금도 강남에 20평대 아파트를 2억원대에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평(3.3㎡)당 100만원으로 확보한 땅에 건축비 400만원을 들이면 20평짜리 임대아파트를 1억원에 지을 수 있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이런 토지수용 특혜를 준 것은 이렇게 싸게 많이 공급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에 대해 "땅을 수용한 이후 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7억원에 공급하려면 신도시를 하지 말고 국토부도 없애고, LH도 없애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국토부와 LH가 사전청약을 진행 중인 3기 신도시 분양가는 3억~6억원 선에 이른다.
김 전 본부장이 출연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필요성을 강조한 유튜브 동영상 썸네일. /사진=유튜브 후랭이TV 캡쳐
"노후 아파트 침수 물펌프 빼내면 된다", "3베이면 방이 세개냐" 주거 트렌드 변화 인식 떨어져
김 전 본부장은 토지임대부 주택을 수요자가 원하지 않고, 건물이 노후화된 40~50년 이후 재건축이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건물이 노후화된 40~50년 이후 잔존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며 "낙원상가, 세운상가 등 준공 50년이 넘은 주상복합 건물도 바로 부수지 않고 개별 수리해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를 처음부터 잘 지으면 100년~200년 수리하고 살아도 무슨 문제"냐고 강조했다. 노후 아파트들이 집중 호우 시 침수 피해가 적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물펌프로 (물을) 빼내고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압구정 등 강남권 노후 단지들이 주차장 등 주거 인프라 여건을 이유로 재건축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돈 많은 사람들의 주차장 문제까지 왜 신경쓰고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현재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 거주 중으로 알려진 김 전 본부장은 해당 단지도 아직 살기에 불편하지 않아 재건축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전 본부장이 건설사 출신이지만 최근 주거 트렌드 변화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 유행한 성냥갑 아파트 설계인 2베이 구조와 달리 최근 20~30평대 중소형 아파트도 3~4베이 구조가 나오는 등 새아파트가 주거 쾌적성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이 대표의 설명에 대해 "3베이면 방이 세개라는 뜻이냐. 정확한 건 모르겠다"고 되묻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에 참석해 2차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취임 후 오 시장과 정책 공조 잘 될까…시의회 임명 반대 기류도 여전
김 전 본부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최근 2030대 젊은층이 아파트 매매수요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선 "가계소득이 늘어나서 산 게 아니라 대통령 말 듣고 집을 안사면 벼락거지 될까봐, 늦게라도 아파트를 사서 불로소득을 잡아야 빈곤을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시장은 김 전 본부장을 '반값 아파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적임자로 보고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을 진단하는 방향과 특히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에 대해선 다른 입장인 셈이다. 특히 그가 아파트를 "100년 고쳐 써도 된다"고 한 점은 오 시장이 노후 단지 주민들의 주거 쾌적성 개선을 강조한 것과 결이 다르다. SH공사 사장이 민간 영역인 재건축 아파트 사업에 관여하지 않지만 서울시 주택정책 방향에도 발언권이 있다는 측면에서 취임 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토론 영상 제보자는 "정치성향이나 이념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전문성도 전혀 없는 분이 SH사장으로 거론된다는 거 자체가 서울시의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전 본부장에 대한 시의회 인사청문회는 내달 예정된 정례회 일정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다. 시의회 인사들은 그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점 때문에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경실련에서 20년 계셨는데 공공부문 경험이 없으신 분으로 이론가와 현실의 문제는 다르지 않느냐"라며 "SH공사 내부에서도 (임명에) 반발이 심한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더라도 오 시장이 임명을 결정하면 SH공사 사장에 취임할 수 있다.

서울시 내부에선 SH공사 사장 공석이 7개월 이상 장기화된 만큼, 조직 안정 차원에서도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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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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