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대선 '오겜'의 VIP 문재인

허민 기자 2021. 10. 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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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게이트를 둘러싼 정치권의 격렬한 공방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상케 한다.

차기 권력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워도 주저앉힐 수는 있다는 현직 대통령의 역설적 권력 운용, 꼭두각시 마리오네트와도 같은 수사기관을 손에 틀어쥔 임기 말 대통령의 좌고우면, 이런 것들이 대장동 게이트의 향배를 가를 것이다.

대장동 게이트의 최대 수혜자이며 대선 오징어게임의 VIP인 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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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임기자

대장동 게이트를 둘러싼 정치권의 격렬한 공방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연상케 한다. 상대를 죽이지 않고는 올라설 수 없는 권력 고지 쟁탈전 같은 것이다. 대선판 ‘말(후보)’들의 목숨 건 승인투쟁, 이들의 명줄을 통제하는 ‘진행요원(검찰)’, 높은 곳에서 즐기는 VIP가 대선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구성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게임 속 인물들의 생살여탈권을 쥔, 가면 쓴 VIP와 닮았다.

지금까지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 김오수 검찰은 ‘배임죄 덮기→ 이재명 면죄부’라는 결론으로 다가가는 모양새다. 경찰이 한나절 만에 찾아낸 핵심 피의자 유동규의 휴대전화를 열흘간 찾지 못해 조롱받은 검찰이 이번엔 유동규 공소장에서 아예 배임죄를 빼버렸다. 대장동 개발 최종 인허가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임 여부도 수사하기 어렵게 됐다. ‘태업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민국 검찰이 유독 무능해서는 아닐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그렇다. 검찰을 권력 감시자가 아닌 하수인으로 만든 검찰개혁의 실체적 사례를 작금의 대장동 수사에서 확인한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의 ‘무능한 검찰 만들기 프로젝트’ 최대 수혜자다.

하지만 끝나도 끝나는 게 아니다. 대장동 게이트 수사의 향배는 여전히 열려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년에 40% 안팎 지지율을 갖는 능력자다. 차기 권력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워도 주저앉힐 수는 있다는 현직 대통령의 역설적 권력 운용, 꼭두각시 마리오네트와도 같은 수사기관을 손에 틀어쥔 임기 말 대통령의 좌고우면, 이런 것들이 대장동 게이트의 향배를 가를 것이다.

사실 대장동 게이트는 문 대통령이 ‘대장동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이 후보와 ‘퇴임 후 안전’ 문제를 놓고 ‘딜’을 도모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대장동 수사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고, 문 대통령이 이번 대선판의 최대 꽃놀이패인 이유다. 문 대통령의 결심 여하에 따라 검찰은 ‘이재명-유동규 배임의 연결고리’를 밝혀낼 수도 있다. 김오수 체제의 친정권 검찰은 오감(五感)을 동원해 권력자의 의도를 살필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이 후보의 대권 행보가 날개를 달 수도, 추락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진실은 영원히 묻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역사의 법정에서 비리에 눈감은 권력자들은 비탄에 잠기거나 비극적 운명과 마주해야 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운 뒤 사법 처리를 받았고,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만료 후 검찰 수사를 받다가 절명(絶命)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이 끝나고 6년이나 더 흐른 뒤 ‘BBK-다스’ 비리 의혹으로 구속 수감됐다.

문 대통령은 온전할 수 있을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 경선 후보로 뛸 당시 “검찰이 어떤 자세로 수사할 것인가가 훗날 두고두고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의 수사 태업, 이를 방관하는 정치권력의 사보타주가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대장동 게이트의 최대 수혜자이며 대선 오징어게임의 VIP인 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문 대통령이 드라마 속 VIP의 비극적 종말에서 교훈을 얻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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