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5000만원, 주담대 한도 3억→ 1.6억.. 내년 달라지는 대출규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전면 적용.. 전세대출 포함
2금융권도 DSR 규제 전면 적용, 50% 기준
명목GDP 증가율만큼만 은행 대출 여력 부여
금융당국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능력을 의미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으로 대출 상한선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대책을 26일 발표했다.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별 DSR 규제는 2023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6개월 앞당겨 내년 1월부터 전면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세보증금담보대출(전세대출)도 포함된다.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4~5% 수준으로 정했다. 올해는 기존 목표치였던 6%대에서 7%대로 상향했다. 전세대출과 정책 금융 상품 위주로 가계대출이 이뤄지는 것을 반영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내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정도로 제한할 방침이다. 은행별로 같은 수준의 증가율 목표치가 주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은행별 대출 쿼터(quota)를 부여하는 셈이다. 은행은 가계 대출 관리 방안을 자세히 금융위에 보고하고 감독을 받아야 한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마련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의결했다. 이번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기조는 크게 ▲선제적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서민·실수요자 대출 애로 최소화 ▲가계부채 증가 지속 시 추가방안으로 나뉜다.
◇ 연소득 5천만원이면 대출 한도 3억에서 1.6억으로 반토막
금융위는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먼저 상환능력 중심 대출심사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차주단위 DSR 2단계를 6개월 앞당겨 내년 1월부터, DSR 3단계는 1년 앞당긴 내년 7월 조기 시행한다.
DSR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만 계산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달리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부담을 보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현재 DSR은 은행 40%, 비은행은 60%가 적용 중이다. 예컨대 연소득이 5000만원이라면 총 대출 금액에 대한 1년 동안의 원금과 이자의 합이 은행의 경우 2000만원, 비은행은 3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지난 7월 시행된 DSR 1단계에 따라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과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다. 금융위는 서울 아파트 중 약 83.5%, 경기도 아파트 중 약 33.4%에 해당할 것으로 추산했다.
DSR 2단계는 집값과 상관없이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40% 규제가 적용된다. 그동안 연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신용대출 5000만원(금리 4.5%)의 빚을 지고, 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의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 금리 3.5%)을 신청하면 최대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2단계부터는 1억6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출액이 2억원이 넘는 대출자는 전체 차주 중 12.3%(약 243만명)다. DSR 3단계에 해당하는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는 전체의 28.8%(약 568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금액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76.5%에 해당하는 수치다.
내년부터 DSR 계산 시 적용되는 만기는 대출별 ‘평균만기’로 축소한다. 평균 만기란 금융사가 원리금의 현재가치를 회수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말한다. 현재 신용대출 평균 만기는 4.6년, 비(非) 주담대는 8.2년이다. 현재는 DSR 산출 시 대출만기를 최대만기(10년) 등으로 일괄 적용 중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DSR 기준도 기존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제2금융권의 경우 상호금융 ‘예대율 강화’를 병행 추진해 규제 차익에 따른 풍선효과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다.
예대율은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로, 저축은행에서는 수신상품 금리를 조정해 예대율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 일각에선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대율 규제 완화 등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가 종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카드사 대출 상품인 ‘카드론’ 부실 차단을 위해 다중채무자에 대한 카드론 취급제한 또는 한도감액의 최소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 전세대출, 올해까지만 대출 총량한도에서 제외
금융위는 내년부터는 전세대출을 총량 관리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다만 가계부채 보완대책과 동시에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올해 4분기 중 취급된 전세대출은 총량 한도에서 제외한다.
특히 실수요자 위주로 자금이 공급되도록 금융사의 대출심사는 강화한다. 예로 전세 갱신(동일주택) 시 증액범위 내 대출 허용, 입주 이후 전세대출 금지, 1주택자 비대면 대출 제한 등이 거론된다.
또 금융위는 대출 총량규제에 따른 잔금대출 중단으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시행일 전까지 입주자모집 공고가 있었다면 입주자모집공고일 당시 규정을 적용한다.
이와 함께 금융위·금감원·은행연합회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입주사업장 점검 TF’를 꾸려 잔금대출 애로 우려 사업장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필요자금 범위 내에서 잔금대출이 취급되도록 대출 심사를 강화한다. 오는 4분기 110여개 아파트 입주 단지가 대상이다.
신용대출도 연소득 대비 1배 제한 시 실수요에 대한 일시 예외를 적용한다. 예로 장례식이나 결혼식, 수술 같은 불가피한 자금 소요에는 일시적으로 허용한다.
또 차주단위 DSR 확대로 농민의 농지 등 비(非) 주담대 차주의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간소화된 사업자대출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기존의 담보·보증 중심 규제체계에서 DSR 중심의 규제체계로 전환은 가계대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라며 “주택금융시장 자금흐름에서도 불요불급한 투기수요는 최소화되고, 실수요는 충분히 공급되는 선순환의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는 서민, 취약계층을 위해 중금리‧서민금융 공급을 올해 9조6000억원에서 내년 10조원대로 확대한다. 서민 취약차주 대상 정책자금대출, 긴급자금 마련 목적의 300만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등은 DSR 산정 시 제외가 지속된다.
◇ 가계부채 증가세 계속되면 DSR 적용 더 확대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 시행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과도하게 지속될 경우 추가 방안을 마련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금융사의 상환능력 중심 여신심사 관행 확대를 위해 차주단위 DSR 적용 대상을 추가 확대한다. 또 전세대출 취급 후 추가 대출 시 DSR에 전세대출 원금을 적용한다. 전세대출 보증한도 산정 시 소득 등 상환능력 기준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가계부채 억제를 통해 내년도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7%대)보다 낮은 2~3%p 낮은 4~5%대로 목표하고 있다. 앞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은 ‘명목 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관리한다.
지난 2020년 가계부채 증가율(8.0%)과 명목 GDP 증가율(0.4%) 간 격차(GDP갭)는 7.5%p로 역대 최대 차이를 기록했다. 금융위는 GDP갭을 단계적으로 축소시켜, 2020~2022년 평균 GDP갭을 코로나19 이전 평균수준(2.7%p)에 근접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명목 GDP 성장률을 6.2%, 내년은 4.5%로 예상했다.
앞으로 시중은행 등 각 금융사는 명목GDP 성장률에 맞춰 대출 한도를 조정해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가계부채 관리계획 수립‧제출시 최고경영자(CEO) 및 리스크관리위‧이사회 보고 의무화, 대출 중단이 없도록 분기별 공급계획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는 다만 내년 실물경제 흐름, 자산시장 변화, 금융시장 동향 등에 따라 관리 목표치는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 국장은 “DSR 조기시행으로 가계부채가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4~5%대의 안정적인 수준을 목표로 관리하면서 실물경제 흐름, 자산시장 변동성, 금융시장 동향을 살피며 미세 조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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