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 된 장애영유아 의무교육,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강의 자료를 찾다가 2021년 특수교육 연차 보고서를 찾아보게 되었다. 특수교육은 해마다 연차보고서를 작성해 특수교육의 현황과 앞으로의 발전 과제 등을 모색한다. 매년의 통계자료를 보다가 평소 관심사였던 '장애영유아 의무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궁금해 페이지를 찾았다.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하여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과정의 교육은 의무교육으로 하고 전공과와 만 3세 미만의 장애영아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 교육부 소속인 일반유치원의 특수학급, 특수학교내 유치부에 재원중인 장애영유아는 의무교육을 받고 있다는 뜻이며, 이와 덧붙여 쓰여져 있는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의 특수교육대상자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설치된 어린이집 중 일정한 교육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 유치원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9조 제2항)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장애영유아 의무교육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던때에 나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교육부의 설문조사가 학교로 왔었고, 어린이집에 대한 '의무교육'에는 완강히 반대했던 우리의(유아특수교사로 재직당시) 모습도 뚜렷히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어린이집은 보육기관, 유치원은 교육기관이라고 확실한 구분이 존재했던 시기였다. 2012년 무상보육이 시행되고 이후 '누리과정'으로 교육과정 통합이 이루어지기 전 시기였다. 주로 먹고 자고 놀이하는 돌봄의 역할이 어린이집이라 생각했던 그 당시에는 왜 보육기관에서 '의무교육'을 하겠다고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온종일 돌봄을 요구하는 부모를 만날 때 마다 마치 외계에서 온 사람처럼 '아니 교육을 하는 유치원에 돌봄을 요구하지 말고, 오후 돌봄은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에서 받으면 되지 않냐?'라는 답을 해내곤 했다. 부모님의 한숨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부모가 아이가 다니지도 않는 어린이집에 요구하기 어려워서 조금 마음이 편한 특수학교 유치부 선생님에게 으레 쏟아내는 이야기려니 생각했던 듯 하다.
어린이집을 시작하고서야, 이들의 '돌봄' 노동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이집이라고 모두 '장애영유아'를 받지도 않았고, 대부분 장애영유아의 부모는, 아이의 '장애'를 만나는 순간 맞벌이를 그만두고 부부중 한명이 오롯이 아이의 돌봄에 집중하는 경우도 흔히 보았다. 가족생활의 질은 분명 하락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별다른 대안은 없었다. 원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몰려든 장애아동으로 장애아동 정원을 채우고도 대기가 수십명이 달렸다. 대기자에게도 상담시즌이 되면 일일이 전화를 해 '우리원을 다닐 수는 없지만 아주 중요한 시기이니 어디든 보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들려오는 답변은 '갈곳이 없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사실 많은 부분 부모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아이들의 갈 곳은 마련이 된다. 하지만 가지 않는 것은 부모가 자녀의 교육에 갖는 기대 때문이기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교육부에서 정해놓은 유치원 운영규정보다 훨씬 더 장시간 보육이 가능한 곳이 어린이집이다. 그래서 맞벌이 가정이 유치원에 보내려면 베이비시터나 다른 돌봄 노동자를 별도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출퇴근 시간을 모두 맞춰 한번에 보낼 수 있는 유치원은 사실상 드물다. 거기에 반해 어린이집은 법적 운영시간이 12시간.
아침 7시 30분부터 문을 열어 오후 7시 30분에 문을 닫는 것이 정석이다. 물론 부모의 요구에 따라 일부 시간 조정도 가능하고, 야간연장반 같은 지원이 추가된 곳은 아침 보육시간을 당겨 운영할수도 있고, 오후 돌봄을 9시30분 까지 연장하기도 한다. 일부 어린이집은 휴일보육이나 시간제 보육등을 운영해 이보다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들이야 극소수의 부모를 위해 이렇게까지 시간을 내어주기가 무척 어려우나, '맞벌이가정의 지원'이라는 어린이집 설립 목적을 위해서는 이정도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수교육대상 유아는 특수학교 유치원 과정, 일반유치원의 특수학급과 통합학급에 배치하여 의무교육을 실시함.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른 교육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간주함."
특수교육 연차 보고서에 명시된 내용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15조에는 어린이집의 장애영유아의 의무교육 요건에 대해 나와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교육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모두 충족하는 어린이집을 말한다.
1. 「영유아보육법」 제30조제1항에 따른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
2. 장애아 3명마다 보육교사 1명을 배치한 어린이집(보육교사가 3명 이상인 경우에는 보육교사 3명 중 1명은 「초ㆍ중등교육법」 제21조제2항에 따른 특수학교 유치원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여야 한다)
통계자료에 나와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의무교육 수치를 확인하면서 의문이 든다.
'우리원은 의무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저 숫자 안에 포함이 되었을까?'
유아특수교사도 채용되었고, 평가인증도 통과했다. 하지만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어느 부서도 우리가 '의무교육기관'임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교사들에게는 늘 '의무교육'이므로 늘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갖도록 이야기해왔으나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적절한 지원은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유아특수교사의 처우역시 '의무교육'이라고 이야기조차 부끄럽다. 10년이 훌쩍 넘은 그 옛날에 특수학교에 근무할 때 보다 훨씬 못 미친다. 어린이집에서 그들의 처우를 보면 선배 유아특수교사로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앞선다. 특수교사의 열정을 갉아먹고 간신히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의무교육'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놓은 셈이다.
유치원으로 가지 못한 이들이 가는 곳이 어린이집이라는 타이틀은 분노를 자아낸다. 일부는 '완전통합'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어린이집의 통합교육에 매료되어 어린이집을 선택하기도 했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내 아이와 조금 더 가까이 지내고 싶어 어린이집을 선택했다고도 했다. 일반유아교육을 꽤 오랜 기간 하다 교사로서의 문제 '장애아이들'에 대한 활동참여 고민으로 뒤늦게 '특수교육'에 입문한 만학도들도 여럿 있다. 열악한 처우와 특수교사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만 교육부의 취업 문턱보다 어린이집의 취업 문턱이 다소 낮은 것이 사실이니까.
-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유치원 과정 의무교육 홍보 강화
- 유아단계 통합교육 활성화를 위해 통합유치원 및 유치원 특수학급 확대
- 일반 유치원 배치 희망 특수교육대상 유아에 대한 지원 강화 및 정원 내 배치로 통합교육 환경 여건 개선
- 가정-유치원, 어린이집-유치원 연계를 통해 유치원 입학 과정 지원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쓰여져 있는 향후과제이다. 내용을 읽고 있자니, 장애영유아들의 어린이집 취원률을 줄여나가고, 유치원으로 점점 옮겨가길 바라는 교육부의 진심이 느껴진다.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 역시 엄마가 되기전 바라보았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인식이 다르다. 시대가 변해온 것도 한 몫을 했을테지만, 남녀 평등의 교육을 받고 자란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난 80년대 생이 체감하는 결혼전과 결혼후의 역할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특히 일하는 여성으로 '어린이집'은 거의 절대적인 필요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아이를 키우는 일하는 엄마의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것도 '돌봄'의 영역은 '여성'의 영역으로 규정짓는 아직까지 만연해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장애아이를 낳는 순간 비장애아를 키우는 것 보다 더 많은 가족의 희생을 요구한다. 출산으로 단절된 사회생활을 이어가기 보다 아이를 키우는 편을 택하는 것이 더 빠른 선택이 될 수 있다. 결혼전에는 알지 못했던 '여성'의 삶, '엄마'로서의 삶이 마음 저릴 때가 많다.
이들이 어린이집을 찾는 이유는 아이에게 법으로 정한 '의무교육'을 시키지 않는 아동학대에 가까운 만행을 저지르려는 의도는 없을 것이다. 허울뿐인 '의무교육'의 타이틀보다 가족의 삶이 정상화되고, 부모의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연차보고서에 나와 있는 향후과제, 유치원에서 의무교육을 받는 것으로 점차 전향해나가는 의도를 오해하며 읽지 않으려면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유아특수교육 대상자가 교육부 소속의 다양한 의무교육을 받기 위해서 장애영유아 '돌봄'문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비장애인들 조차 학교에서 하는 오후돌봄교실의 참여는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어느 지역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가 하면 또 어느 지역은 예산의 문제로 맞벌이조차 모두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아이들의 이야기는 꺼내기가 무색할 정도이다. 보낼곳이 없다고 읍소하는 많은 부모님들에게 유치원은 의무교육임을 안내해도 곧 돌아오는 답은, "아이를 유치원 보내면 제가 일을 당장 그만둬야 하잖아요"이다.
교육부 소속기관의 의무교육을 확대시행하려는 의도는 장애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이다. 부모의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면 더 나아가서는 '장애아를 낳았으면 당연히 가족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불편한 의도까지 읽혀진다.
장애영유아들의 조기개입은 두말할 것 없이 꼭 필요하다. 유아특수교사가 근무하는 유치원에서 의무교육을 하는것 당연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유치원에서 돌봄시간을 대폭 늘려 부모의 생활이 정상화 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이 전제 조건이 분명히 있어야 부모들의 삶이 정상화된다.
또 하나, 나는 통합교육을 하면서 장애아이들을 잘 키워내려는 목표도 있지만 또 하나의 목표는 장애아동이 비장애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로 자연스럽게 통합이 된다. 잘못하는 것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통합이 아니라, '잘하는 이도, 잘하지 못하는 이도 모두 소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통합교육의 진정한 목표다. 교육부로 장애영유아에 대한 교육을 점차 확대하고 옮겨가는 이 '향후계획'이 불편한 이유다.
아이들은 누구나 '친구'를 만나야 한다. 잘하거나 잘하지 못하거나 '아이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유치원으로 장애영유아들의 의무교육이 전격 실행되게 되면 어린이집에 재원하는 수많은 비장애아이들은 '조금 느리고 다른' 친구를 사귈 기회를 박탈 당하게 된다.
백년지대계를 바라보는 교육부의 시각이 아쉬운 시점이다.
대한민국 부모는 누구나, 아니 인간이면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어야 하고, 도움이 필요한 가정은 적절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집은 장애부모 삶의 정상화를 위해 많은 공을 세웠다고 해도 억지주장은 아니다. 공을 인정해달라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지원에 대한 사전 논의 없이, 부모의 삶을 바라보는 공평한 시각없이, 교사 간 협의 없이 어린이집에 대한 의무교육 지원을 하지 않는 형태로 선택권을 점차 제한해 아이들을 교육부로 배치하려는 의도는 안 된다. 아이들을 어느 기관에 보내느냐 하는 것 역시 부모의 선택권 중에 하나로 존중되어야 한다. 부모에게 공정한 선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에 대한 공정한 지원을 전제로 한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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