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FA+외국인 효과. 삼성에는 있고 LG에는 없었다.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과 KT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삼성 구자욱이 KT 쿠에바스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날렸다. 더그아웃에서 뷰캐넌과 유쾌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구자욱.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0.23/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8위였다. 64승5무75패로 승률은 5할 아래였다. 당시 정규시즌 3위였던 LG 트윈스는 79승4무61패로 승률 5할6푼4리. 두 팀의 게임차는 14.5게임 차였다.

올시즌 개막 당시만 해도 삼성이 LG를 앞설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매우 드물었다. 삼성은 오재일을 영입했지만 전력 보강을 특별하게 하지 않은 LG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두산 베어스가 오재일 최주환의 FA 이적,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의 이적으로 전력이 약화됐고, 정규시즌 2위 팀 KT 위즈도 MVP 멜 로하스 주니어가 일본으로 떠나 올시즌 좋은 성적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그러면서 기존 전력을 유지한 LG는 우승 후보로 떠올랐고, 구단 역시 우승을 목표로 내걸고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두 팀의 상황은 반대가 됐다. 삼성은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더니 막판 순위 싸움에서 힘을 내며 KT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아직 순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고 있다.

LG도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우승을 목표로 했기에 부족한 평가를 받았다. 터지지 않는 타선이 결국 시즌 막판까지 팀을 어렵게 했다.

삼성과 LG는 무엇이 달랐을까.

삼성 구자욱은 삼성이 올시즌 좋아진 이유로 FA 영입과 외국인 선수 효과를 들었다.

FA 오재일의 영입이 선수들에게 더 자신감을 줬다고 했다. 구자욱은 "(오)재일이 형이 온 부분이 팀에 가장 중요한 선물이 아니었을까 싶다"면서 "우리 팀이 더 강팀이 됐다는 생각을 갖게됐다"고 했다. 우승 경험이 많은 중심타자를 데려옴으로써 선수단에 전력이 강화됐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는 것.

또 피렐라 효과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 팀에 일등 공신이 참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피렐라인 것 같다"면서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투지가 우리 팀의 색깔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수단 모두가 고마워 한다"라고 말했다.

강화된 전력과 열심히 뛰는 외국인 타자의 활약으로 삼성은 초반부터 승리를 거뒀다. 구자욱은 "초반에 승을 많이 가져간 것도 좋은 시즌을 치르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2021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4대4로 무승부를 기록한 LG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0.25/

올시즌 우승을 노린 LG는 외부 보강이 없었다. 김현수 영입 이후 외부 FA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2루수 보강에 대한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안치홍이나 최주환 등 굵직한 2루수 자원들을 잡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엔 베테랑 정근우를 데려왔었고, 올해는 전반기가 끝난 뒤 트레이드로 서건창을 데려왔다.

외부 FA 영입은 선수단에 희망을 선물하는 것과 같다. 구단이 전력 강화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잘하는 선수가 들어옴으로써 전력이 강해졌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 LG는 김현수를 데려와 큰 효과를 봤다. 타자들이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김현수를 따르면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전히 김현수 외엔 확실하게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타자가 드물다.

외국인 타자 효과도 사라졌다. 지난해 38개의 홈런을 치며 김현수와 투톱을 이뤘던 로베르토 라모스가 초반부터 부진하면서 타선이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라모스를 퇴출하고 저스틴 보어를 데려왔는데 30경기가 넘도록 타율이 1할7푼에 그치는 꼴을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 이후 LG는 보어를 2군에 내렸는데 아직도 1군에 올라오지 않고 있다. 결국 라모스와 보어가 부진하면서 LG는 예전처럼 타격이 약한 팀이 돼 버렸고, 뛰어난 마운드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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