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시절 제2인생을 이렇게 대비했다 [은퇴 후 삶을 준비하자 ②]

김세훈 기자 2021. 10. 2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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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대한체육회 진로지원센터에서 교육, 정보 등을 받은 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화선영, 신민철, 임다영씨(왼쪽부터).


대한체육회 진로지원센터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운동선수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선수 시절부터 선수 이외 진로를 고민했고 자격증, 경력 등 재취업에 필요한 것을 차곡차곡 준비했다. 재취업한 현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선수 생활 이후 준비는 이를수록 좋다”며 “우선 나 자신을 먼저 파악한 뒤 운동 이외 관심 분야를 선수시절부터 미리 경험하라”고 입을 모은다. 센터 교육을 받고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들어 본다.

트라이애슬론 선수 출신 화선영씨(천안시설관리공단 체력인증센터 체력측정사)

▲화선영(34·천안시설관리공단 체력인증센터 체력측정사) : 2020년 6월부터 2021년 2월 취업 전까지 센터에서 영어, 컴퓨터, 이력서 작성법, 면접 교육 등을 받았다. 교육이 다양했고 무료로 들을 수 있었다. 상담사와 1대1로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얻었다. 무엇보다 취업 기관 실무를 미리 익힌 게 도움이 됐다. 필기시험 없이 인성검사, 이력서, 면접을 거쳐 취직했다. 나이 등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도 반가웠다.

자격증과 다양한 경험 덕분에 취업이 빨랐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실업팀에서만 14년간 활동했다. 서른 살이 넘어 은퇴했다. 선수 시절 생활 스포츠 지도자 자격증 3개를 취득했고 비시즌 해외스포츠시설을 방문해 견문도 넓혔다. 자격증이 없으면 취업 서류도 못 내고 경험이 없으면 이력서에 쓸 게 없다.

선수들은 본인이 은퇴 후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할 줄 아는지, 뭘 하고 싶은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관심이 있는 게 있다면, 선수 시절 미리미리 준비하라.

강도가 높은 종목 선수로 오래 활동한 만큼 주위에서 내가 다른 일도 잘하리라 기대하는 눈치다. 그래서 지금도 꾸준히 운동하고 사생활도 잘 관리하면서 업무를 완수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노인 스포츠 지도자 자격증과 트라이애슬론 전문지도자 자격증도 땄다.

야구 선수 출신 신민철씨(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전력분석 인턴)

▲신민철(26·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전력분석 인턴) : 대학 1학년에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할 수 있는지 찾고자 센터에 연락했다. 영상 분석가 직업을 소개받고 영상 분석 수업을 들었다. 전력분석 방법과 자료 등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배울 곳이 거의 없고 배운다고 해도 비용이 너무 크다. 센터에서 분석 실무 프로그램을 미리 배웠고 발표 요령도 익혔다. 면접에서 내가 현장에 바로 투입될 인력으로 손색이 없다고 어필할 수 있었다. 입사 후에는 프로그램 활용법 등을 직원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동기, 후배로부터 연락이 많이 온다. 우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내 장단점이 무엇인지, 내가 알고 있는 걸 글로 쓰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등을 꾸준히 스스로 체크해야 한다. 공부할 때 무조건 맨 앞에 앉아라, 궁금한 게 있으면 무조건 질문하고 발표도 적극적으로 하라. 선수로 활동하면 모르는 게 많을 수밖에 없고 그걸 솔직하게 인정하고 도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은퇴 후 진로로 지도자만 생각하지 말라. 영상 분석은 모든 종목에서 이뤄진다. 자기 종목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종목에서 영상 분석을 배워라.

현재 수영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임다연 극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임다연(29·극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 처음에는 운동선수 진로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싶어 센터에 연락했다.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15개 이상 제공되는 교육을 받았고 지금도 자주 보고 있다. 엑셀, 파워포인트, 발표, 이력서, 면접 교육이 교수로 임용되는 데 도움이 됐다. 지금 나는 현역 수영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수가 된 것은 지난 4월이다. 실기 교수가 아닌 사회체육학과 교수다.

운동하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 선수 시절에는 운동이 메인이다. 그런데 은퇴 후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걸 해결하려면 선수 때부터 운동 이외 다른 걸 찾아봐야 한다. 관심 있는 게 생기면 경험하고 도전해보라. 선수였으니까 다른 건 부족하겠지라는 주위 사람들의 편견을 정면으로 맞서 돌파하라.

나는 지도자 자격증을 많이 땄고 선수 겸 코치로 스무 살부터 활동했지만 은퇴 준비를 빨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 공부 모두 엄청나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자격증, 경력, 경험 등 필요한 것을 많이 갖췄다. 특히 다양한 용역에 참여한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은퇴 준비는 운동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해야 한다.

대한체육회 진로지원센터


▲선수경력자 취업 관련 정보, 어디서 얻을 수 있나 : 진로지원센터 홈페이지(welfare.sports.or.kr)와 공식 블로그(blog.naver.com/welfare_career)를 보면 다양한 정보가 있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대한체육회 진로지원센터’를 검색해도 역시 관련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유선전화(1544-6679, 02-419-1114)도 열려 있고 e메일(career@sports.or.kr)로도 소통할 수 있다. 물론 대한체육회 진로지원센터로 직접 찾아오는 게 가장 좋다. 진로지원센터 관계자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든, 언제나 상담받을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선수 이후 삶을 준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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