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과도기 전략

여론독자부 2021. 10. 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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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
많은 국가들 화석연료 투자 중단
가솔린·천연가스 가격 급등 불러
원활한 에너지 공급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해야
[서울경제]

미국 가솔린 가격이 지난 한 해 동안 50% 이상 올랐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역시 같은 기간 500% 수직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시아 전력 회사들은 가격 잠금(lock-in) 조건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확보하기 위해 기록적인 가격을 감수해가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초대형 비료 생산 업체가 높은 에너지 비용을 견디지 못한 채 영국 내 공장 2곳을 폐쇄했다. 문제는 앞으로 다른 산업 부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올겨울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 소비자들의 난방비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태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요·공급 간 불균형을 초래한 요인으로는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한 날씨와 에너지 저장·비축 및 송유관에 관한 정부의 잘못된 결정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공통 요인은 많은 국가들이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고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조만간 해결되겠지만 현재로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그린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수치부터 살펴보자. 지난 2019년 글로벌 에너지 소모량의 80% 이상을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3대 화석연료가 담당했다. 풍력발전이 전체 전력 소모량의 2%를 공급했고 태양광의 비중은 1%를 살짝 넘어서는 데 그쳤다. 풍력과 태양광이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이들의 발전량이 지금보다 2,500%가량 늘어나야 한다. 청정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사회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이 같은 충격이 느껴질 때마다 정부는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자. 독일은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재생에너지 공급을 파격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2021년 1분기 전체 발전량의 56%는 석탄·가스·원자력 등 독일 정부가 폐기를 추진하는 에너지 공급원에서 나왔다. 특히 독일 전체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서 27%로 뛰었다.

서방의 에너지 전략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모순덩어리다. 가솔린 가격이 급등하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원유 증산을 간곡히 요청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자국의 오일과 가스 생산 감축을 독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아랍국들에 원유 증산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스관을 통해 더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해주기를 희망한다. 물론 유럽 국가들은 저마다 자국의 천연가스 생산을 억누르고 있다.

진지한 에너지 전략의 최대 과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서둘러 축소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중심축을 이동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해도 탄소 배출량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사실 2005~2019년에 이뤄진 미국의 탄소 배출량 감소는 석탄에서 가스로 전력 발전 연료를 교체한 결과였다. 3대 화석연료 중 탄소 배출량 1위가 석탄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쉬운 방법이 있다. 환경연구회보는 2만 9,000개 이상의 화석연료발전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이들 중 단 5%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탄소 배출량의 73%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기에 해당하는 1,400여 개 화력발전소의 발전 연료를 그린에너지로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덧붙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존의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오일과 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누출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의 중장기 에너지 전략 목표는 지구촌의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이어야 한다. 전망은 밝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생산 경비가 극적으로 떨어져 이제는 화석연료와의 가격 경쟁이 가능해졌다. 이전에 비해 발전 장비 설치도 한결 쉬워졌다. 한때 간헐적 전력 공급원의 최대 난제였던 저장 문제도 배터리 성능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목표점에 도달할 때까지 원활한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에너지 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린 정책이 역류에 휩쓸릴 수 있다. 이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1970년대의 민주당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와 닮은꼴처럼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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