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경기도 국감, '국정감사'인가 '국정웅변'인가

이종태 편집국장 2021. 10. 2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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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국정감사를 보면서 제가 한국의 '현실 정치'에 얼마나 둔감한지 실감했습니다.

저에게 국정감사의 전형적 이미지는, 의원이 피감 공무원에게 짧지만 서슬 퍼런 질문으로 답변을 얻어내고, 그 답변의 약점을 다시 공략하며 진실에 접근해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발언에서 느껴지는 당당함 때문에 잠시나마 제가 국정감사라는 제도를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여든 야든 피감자의 답변이 필요 없다면 '국정감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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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경기지사 답변에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경기도 국정감사를 보면서 제가 한국의 ‘현실 정치’에 얼마나 둔감한지 실감했습니다. 저에게 국정감사의 전형적 이미지는, 의원이 피감 공무원에게 짧지만 서슬 퍼런 질문으로 답변을 얻어내고, 그 답변의 약점을 다시 공략하며 진실에 접근해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감자(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답변의 기회 자체를 봉쇄하려 들더군요. 일방적 주장과 흑색선전성 자료까지 포함된 질문(?)을 퍼부으면서 말입니다. 이런 의도를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감사반장에게 “질문을 7분 하면 답변을 8분 해요. 답변 들으러 온 것 아니잖아요”라고 항의했을까요. 이 발언에서 느껴지는 당당함 때문에 잠시나마 제가 국정감사라는 제도를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여든 야든 피감자의 답변이 필요 없다면 ‘국정감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정웅변’ 같은 제도를 신설하는 편이 낫습니다. 경기도 국정감사는 자유로운 토론과 투명성을 통해 진실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 세계관이 당당하게 부정되는 현장이었습니다.

이번 호(제737호)는 커버스토리를 선정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표지에 내걸 기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검찰 전문 고제규 기자의 ‘검찰의 고발 사주 추적’을 커버스토리로 채택했지만, 이오성 기자의 농촌 소득 관련 기사도 추천드립니다. 대다수 언론에서 이미 화석 같은 이슈로 전락해버린 한국 농촌과 농업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적어도 소득 측면에서 한국 농민들의 본업은 이미 농업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농가소득 가운데 농사에서 나오는 몫은 약 25%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 50%는 다른 일에서, 25%는 직불금 등 농정 예산에서 나오는 이전소득입니다. 이 직불금 역시 농가별로 소유한 농지면적 기준으로 지급되는 바람에 농촌의 소득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킨다고 합니다.

김연희 기자의 ‘위드 코로나’ 기사에 따르면, 오는 11월 초부터 개시될 ‘단계적 일상회복’은 ‘코로나19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새로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월 위드 코로나로 들어간 싱가포르의 하루 확진자가 이전의 40명대에서 3000명 이상 규모로 폭증했다니 ‘위드 코로나’ 이후 한국 상황도 짐작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한국뿐 아니라 전 인류가 무기(높은 백신접종률) 하나 들고 돌입할 수밖에 없는 이 새로운 싸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이 기사가 안내문으로 사용될 수 있기 바랍니다.

이종태 편집국장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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